[DA:인터뷰] ‘가족입니다’ 김태훈 “똑똑한 역할 전문? 망가지고 코믹한 연기 하고파”

입력 2020-08-0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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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씨엘엔컴퍼니

[DA:인터뷰] 김태훈 “똑똑한 역할 전문? 망가지고 코믹한 연기 하고파”

딱딱한 진지함으로 출발해 코믹스럽고도 진솔함으로 끝난 60분간의 인터뷰였다. 종영한 드라마 ‘가족입니다’에 출연한 김태훈의 화법은 담백했다. 억지로 보태지도, 덜어내지도 않았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듣기 좋으라는 식의 말은 단 하나도 없었다. “드라마 때문에 가족을 더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라고 하며 김태훈은 솔직함 하나로 인터뷰를 이끌어나갔다.

‘가족입니다’에서 김태훈은 은주(추자현 분)의 남편이자 동성연애자임을 숨기며 살아왔던 ‘윤태형’ 역을 맡았다. 4회 때 노트북에서 본 대화로 은주는 자신의 남편이 게이임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의 큰 전환점을 그리게 된다. 김태훈은 “시청자 분들이 워낙 똑똑하셔서 1회 때부터 태형이가 게이인 것을 다 알고 계시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SBS 수목드라마 ‘시크릿 부티크’에 이어 다시 동성애자 연기를 소화한 김태훈은 “게이 역할에 대한 편견이나 거부감은 없었다. 태형이가 가정의학과 의사로 나오는 설정처럼 받아들였다. 내가 맡는 캐릭터의 성적 성향이 반복되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전혀 다른 인물이기에 연기를 하기에 똑같은 것을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상에서 반전장치로 윤태형이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이 사용됐다는 우려의 시선에 대해 김태훈은 “어떤 이유로든 윤태형이 김은주를 속였고 그것을 밝히는 과정을 그린 거라서 우려 같은 것은 없었다. 초반에 카페 아르바이트생과 부인과의 관계를 질투하는 장면도 진짜처럼 상황에 맞게 연기하려 노력했다. 윤태형을 연기하며 이 사람이 살면서 갖게 된 고민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지 윤태형을 둘러싼 설정에 대해선 고민하진 않았다”라고 밝혔다.

드라마에서 가장 호흡을 많이 맞췄던 아내 역할 추자현에 대해 김태훈은 “정말 좋았다. 진심으로 여러 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장면을 찍을 때도 고민을 함께 나누며 최선을 다해 찍었다”라며 “같이 했던 장면들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추자현과 대립하며 목을 조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단순히 폭력적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충분히 납득하려고 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은주는 어떤 마음일지도 궁금했고 그에 대해 추자현과 생각을 나누기도 했어요. 그런데 촬영할 때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방영된 걸 보니까 저도 자현이한테 굉장히 많이 맞았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태형이는 맞을 만 했죠.”

사진제공=씨엘엔컴퍼니


김태훈은 이번 ‘가족입니다’를 촬영하면서 일상적인 연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나 장르가 명확할 때는 그것만 잘하면 되는데 생활 연기는 정말 어렵더라. 그냥 우리가 흔히 하는 대화이기 때문에 감정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의미가 또 달라져서 감정을 잘 다스리면서 해야 했다. 전작들보다 감정은 덜 올리며 연기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기라는 것은 하면 할수록 더 어렵다는 것을 이번 드라마를 통해 크게 깨달았어요. 예전에 선배님들이 이 말씀을 하시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연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깨달은 것 같아요. 옛날에는 마냥 잘하고 싶었고 하면 할수록 연기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됐는데 지금은 그것보단 책임감도 커지고 부족한 면이 더 잘 보이기 때문에 노력으로 메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 노력이라는 것이 ‘끝’이 없는 거죠. 그걸 점점 느끼게 되는 시간인 것 같아요.”

김태훈의 차기작은 드라마 ‘나빌레라’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는 발레에 도전하는 노인과 방황하는 젊은 발레리노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미 발레 연습을 시작했다는 그는 “내 몸이 상상 이상으로 뻣뻣해 힘들게 배우고 있다”라며 “무용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꼿꼿한 자세로 계시지 않나. 그것도 너무 힘들다”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똑똑한 인물이나 악역을 주로 연기한다는 것 같다는 말에 김태훈은 고개를 저으며 “그런 역할을 맡는 드라마만 시청률이 잘 나와서 그런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일말의 순정’ 등 시트콤에도 출연을 했었는데 인상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라며 “지금도 꾸준히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망가지고 어설픈 캐릭터 등도 대환영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인물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계속 고민하고 많은 분들의 공감을 이끌어가는 사람으로, 또 좋은 사람으로 잘 살고 싶어요. 그게 제일 힘든 일인 것 같지만 한 번 해봐야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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