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K리그에서 사라질 상주, 상무 품을 김천은 우 범하지 않길

입력 2020-08-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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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상무 선수단.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요즘 K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 있다. ‘군팀’ 상주 상무다. 정규리그 15라운드까지 소화한 ‘하나원큐 K리그1 2020’에서 8승4무3패, 승점 28로 3위를 달리고 있다. 그들의 위에는 울산 현대, 전북 현대뿐이다.

그래서 현장에선 “어지간하면 상주를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시키자”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실력이 기대이상이라는 의미다.

물론 불가능하다. 상주는 AFC가 국제클럽대항전 출전을 위해 요구하는 클럽 라이선스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자격이 없는 팀을 국제대회에 내세울 순 없다. 그럼에도 상주는 충분히 ‘히트’를 쳤다. 김태완 감독과 1년 6개월 임대(군 복무) 신분의 선수들은 매 라운드 감동의 드라마를 쓴다. “경쟁은 잠시 잊고 이곳에서라도 즐겁게 축구하자”는, 일명 ‘행복축구’가 정착한 결과다.

하지만 내년부터 행복 가득한 ‘상주 축구’는 볼 수 없다. 상주시가 상무 유치를 조건으로 약속했던 시민구단 창단을 포기한 탓이다. 동시에 한국축구의 계획도 꼬였다.

K리그는 상주시민구단이 창단되고, 상무가 경북 김천으로 연고지를 옮기면 K리그2(2부)의 경우 내년에만 11개 팀으로 운영한 뒤 2022시즌부터는 축구종합센터 유치 공약으로 시민구단 창단을 내건 천안까지 합류해 1부(K리그1)는 물론 2부까지 모두 12개 팀씩이 경쟁하는 그림을 그렸다.

이제 모든 것이 수포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간 프로팀 창단에 적극적이던 청주마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재정악화로 인해 잠시 꿈을 접음에 따라 한동안은 기형적 구조의 지속이 불가피해졌다.

걱정은 또 있다. 상주 18세 이하(U-18) 팀(용운고)의 운명이다. 상주 U-18 팀은 전북과 U-23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인 송범근을 비롯한 여러 프로 선수들을 배출해 축구발전에 기여해왔다. 자칫 이 팀이 해체되면 K리그가 오랜 시간 공들여온 풀뿌리 육성 시스템 전반이 흔들리게 된다.

구단에 헌신하고 젊음을 바친 직원들의 거취도 불안하다. 지난달 23일 신봉철 대표이사 등 구단 이사진이 상주시의 시민구단 포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에도 10여명의 직원들은 여전히 꿋꿋하게 상무 선수단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시민구단 창단’이란 꿈을 향해 쉼 없이 달려온 이들은 진한 허탈함 속에서도 ‘유종의 미’를 위해 마지막 힘을 쏟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김천의 행보다. 유소년 팀과 사무국 직원들을 최대한 받아들이려는 반가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부족한 여건에 좌절하는 대신, 일인다역을 마다하지 않고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며 쌓아온 상주 프런트의 노하우는 김천의 새 출발에 분명 큰 힘이 될 수 있다.

단, 모든 사태의 근본적 책임이 있는 상주시가 김천에 적극적으로 도움과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어쩌면 상주가 지역의 작은 도시를 전국적으로 알린 축구단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인지도 모른다. 또 하나, 상주가 범했던 우를 K리그의 새 식구가 될 김천은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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