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도 체감…‘파워 업’ 이정후 상대하는 패턴이 달라졌다!

입력 2020-08-13 17: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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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연장 10회말 1사 키움 이정후가 끝내기 홈런을 날리그 있다.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2)는 어느새 ‘타격의 달인’으로 통한다. 데뷔 첫해인 2017시즌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과 160안타 이상을 기록했으니 어색하지 않은 호칭이다. 어떤 코스로 공이 들어오든 탁월한 콘택트 능력을 앞세워 안타를 생산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런 모습만으로도 실력을 인정받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해까지는 주로 테이블세터로 찬스를 만드는 역할에 앞장섰다면, 올해는 3~4번 타순에서 해결사 본능까지 뽐내고 있다. 홈런은 2017시즌 2개, 2018·2019시즌 각 6개로 엄청난 안타 수와 비하면 꽤 적었지만, 올 시즌(12일 기준)에는 83경기 만에 13홈런을 터트렸다.

홈런과 타점은 정비례한다. 타점(68개)도 지난해 140경기에서 기록한 개인 한 시즌 최다기록과 벌써 동일하다. 이는 홈런의 증가와 궤를 같이한다. 올해 홈런으로 만들어낸 타점만 총 25개로 지난 3년간의 누적(26타점)을 뛰어넘기 직전이다.

이에 따라 이정후와 승부하는 상대 배터리의 머리도 복잡해졌다. 과거에는 이정후와 승부할 때 피홈런 부담이 크지 않았다면, 지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장타까지 신경 써야 한다. 12일 고척 한화 이글스전 연장 10회말 데뷔 첫 끝내기홈런을 터트린 장면이 상징적이다. 이 홈런은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한 이정후의 야구인생 첫 끝내기홈런이었다. 손혁 키움 감독도 “(이)정후가 해결사 역할을 완벽하게 해주니 타자들의 전체적인 리듬도 좋다”며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정후는 “타격코치님과 전력분석팀, 트레이닝 파트에서 여러 방면으로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파워가 증가하기 전과 후의 변화는 무엇일까. 2017년 이정후 상대 52.7%였던 포심패스트볼 구사율은 2018년 49.7%, 2019년 45.5%, 올해 42.6%로 계속 감소했다. 올 시즌 체인지업(15.1%)과 포크볼(7.1%)의 구사율은 22.2%인데, 이는 헛스윙 또는 땅볼을 유도하기 위한 패턴이다.

홈런이 증가한 뒤 상대 배터리의 볼 배합과 투구 패턴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지 묻자 이정후는 “최근 들어 체감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본인의 변화도 언급했다. 7월 19일 인천 SK 와이번스전 이후 16경기에서 홈런포가 잠잠했던 이유까지 유추할 수 있었다.

“(12일 끝내기홈런을 치기 전까지는) 내가 홈런을 치려고 투수의 공을 쫓아다니더라. 내가 설정한 존에서 노리는 공만 쳐야 하는데, 볼이 되는 공까지 치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부분을 더 신경 써야 한다. 12일에도 마지막 타석에선 내가 치려던 공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기다렸다가 볼넷이 나오면 출루율이 오르지 않겠나. 쫓아다니지 않고 내 스윙을 한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 가장 이상적인 홈런 스윙이었다.” 상대 배터리의 달라진 승부 패턴을 쫓지 않고 본인다운 타격을 한 부분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이정후에게는 지금도 물음표가 붙어있다. 그 질문은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까’다. 확실한 사실은 지금도 이정후는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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