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 드라마 ‘비밀의 숲2’(극본 이수연, 연출 박현석) 모든 캐릭터에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깊이 몰입할 수 있다고 제작진은 말한다.
‘비밀의 숲2’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도 배우들은 선과 악,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캐릭터의 향연을 이번에도 작품의 특징이자 주목해야 할 포인트로 꼽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의 예고대로 드라마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했다. 감정을 잃은 고독한 검사 황시목(조승우)을 둘러싸고 각기 다른 인생의 지향점을 가진 검사들이 등장, 황시목과 의외의 케미를 터뜨렸다.
#1. 권위주의 검사 최무성
황시목을 대검찰청으로 호출한 이는 바로 우태하(최무성) 부장 검사였다. 더 이상 검경 협의회를 미룰 수 없는 시점에서, 그가 보기에 황시목은 활약상 있고, 외부 평가 후하기 때문에 협의회 구성원으로 갖다 쓰기 딱 좋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황시목이 내부 문제에 눈 감지 않고, 정도를 가기 위해 조직 문화를 거스르는 일이 잦은 인물이라는 것. 원래 가려던 부임지 원주에서 대검찰청 출입으로 남들은 꿈에서나 바랄 고속도로를 타고도 좋아하는 기색 하나 없었고, 우태하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형사법제단이 “임시조직의 최대 존속기간인 5년을 초과해 규정을 어기고 9년째 존치 중인 사실상 상설화 기구”라는 팩트도 아무렇지 않게 날렸다. 아직까지는 황시목의 태도에 살짝 당황하거나 심기가 불편한 기색만 조금 내보이고 있지만, 조직과 권위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우태하가 황시목을 어떤 칼로 꺼내쓸지는 두고 볼 일이다.
#2. 생활형 검사 이준혁
황시목과 달리 서동재는 꿈에서나 바랄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인물이다. 그래서 검찰과 경찰의 대립이 수면 위로 올라온 ‘시의적절한’ 시기에 우태하 부장을 직접 찾아가 경찰의 약점이 될 만한 카드를 꺼내 승부수를 띄웠다. 그렇게 노력 끝에 우태하의 관심을 얻은 자신과 달리 대검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황시목을 보자 또다시 질투가 끓어올랐다. “지가 왜 대검에 있어. 누군 발버둥을 쳐도 안 되는데”라며 투덜거린 이유였다. 지난 시즌, 서동재는 황시목을 끊임 없이 질투했고, 황시목은 그런 그를 선배 취급하지 않아 뜻밖의 재미를 유발했던 바. 2년 뒤, ‘비밀의 숲2’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우태하의 지시 하에 수사를 공조해야 하는 상황까지 예고돼있어, 이들의 관계는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3. 적당주의 검사 박성근
지난 시즌, 강원철은 조직의 룰에 충실하면서도 소신을 보여줬고, 무엇보다 황시목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통영 사고의 불기소 처분서 결재란에서 발견된 그의 이름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피의자가 부장 판사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하자마자, 불기소 처분이 떨어지기까지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기 때문. 이 처분의 부당함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황시목이 찾아왔을 때, 강원철은 석 달 열흘 검토한다고 해서 기물 파손이 익사로 이어졌다는 인과 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결론에서 내린 판단이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황시목이 이의를 제기한 이유는 그가 과정을 무시하는 처분을 내렸다는 점. 강원철은 “지검장님은 그런 분이 아니시지 않습니까”라며 정곡을 찌르는 후배 황시목이 불편하면서도, 꺼내 쓰기 좋은 잘 드는 칼이지만 언제 또 서랍 속으로 버려질지 모르는 그를 걱정하기도 했다. 2회까지만 봤을 때, '적당주의' 검사가 된 강원철이 ‘비밀의 숲2’에서 황시목에게 어떤 존재가 돼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이 밖에 아직 등장하지 않은 검사 김사현(김영재)의 존재 역시 호기심을 자극한다. 김사현은 ‘승진코스’라는 네 글자로 표현 가능한 국회사법위원회 파견 위원. 하지만 법사위 전문위원이 국회의원들 청탁이나 로비 창구가 됐다는 지적에 따라 파견제 폐지가 결정됐고, 김사현은 역사상 마지막 전문위원으로 기록될 상황에 놓여있다. 이 가운데 우태하가 이끄는 대검 법제단에 합류하게 됐고, 산전수전 다 거쳐 부장까지 오른 그에게 세상 뻣뻣한 황시목의 태도가 좋게 보일리는 없을 터. 황시목과 김사현의 관계 역시 흥미로운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비밀의 숲2’는 매주 토, 일 밤 9시 방송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