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선두 울산의 ‘언성 히어로’ 원두재 “공격 포인트요? 팀 승리면 충분해요”

입력 2020-08-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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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원두재. 스포츠동아DB

K리그1(1부) 울산 현대 미드필더 원두재(23)가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올해 초다.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빼어난 활약으로 한국의 우승과 함께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중원에서 펼친 악착같은 플레이는 일품이었다.

이젠 K리그 무대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쟁쟁한 선배들과의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은 그는 이번 시즌 13경기(교체 3경기)에 나서며 존재감을 키웠다. “울산이 잘 나가는 이유 중 하나가 원두재 덕분”이라는 평가도 자주 들린다. 구단 관계자는 그를 ‘언성 히어로(Unsung hero·보이지 않는 영웅)’라고 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의미다. 울산의 막강한 공격력이나 탄탄한 수비력 모두 원두재의 숨은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드다. 스스로를 헌신해야 팀이 빛난다고 해서 흔히 ‘살림꾼’에 비유되는 자리다. 그도 ‘헌신’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통화에서 “경기 나갈 때 코칭스태프의 주문이 있는데, 중앙 수비진을 잘 보호하는 것과 공격적인 성향의 미드필더 동료들을 잘 뒷받침하는 것”이라면서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그래도 팀을 위해 언제든 헌신할 수 있는 자세는 되어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중원은 기 싸움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그런 탓에 상대와 끊임없이 부딪힌다. 원두재는 “결코 쉬운 자리는 아니다. 상대 압박이 굉장히 심하다. 앞뒤, 그리고 좌우에서 강력하게 들어온다. 그게 힘들다”고 했다. 그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그는 온 몸을 던진다. 자신의 강점에 대해서는 “수비력에 강점이 있다. 또 한 가지는 패스인데, 동료들 발밑에 찔러주는 전진패스를 좋아하고, 또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원두재는 한양대 재학 중이던 2017년 여름, 일본으로 건너가 아비스파 후쿠오카(J리그2)에 입단했다. 그곳에서 2시즌 반을 뛰고 지난해 12월 울산과 계약했는데, 군입대한 박용우의 대체자원으로 영입됐다. 시즌 초반은 힘들었다. 템포가 빠르고, 몸싸움이 거친 K리그의 분위기를 이겨내야 했다. 다행히 큰 문제없이 적응 중이다. 그는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적응 단계”라며 웃었다.

다만 13경기 동안 공격 포인트는 단 하나도 없다. 슈팅도 단 2개뿐이다. “공격 포인트가 욕심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욕심낸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개인적인 성적보다는 팀이 이기는 것에 만족한다”며 의젓하게 대답했다.

‘제2의 기성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를 듣자마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정말 좋은 선수와 비교해줘서 감사한 일이지만, 그런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선을 그었다. 자만에 빠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대신 배움에 대한 자세는 확고했다. 로드리(맨체스터 시티)나 세르히오 부스케츠(바르셀로나) 등 다양한 선수를 좋아한다는 그는 “비슷한 포지션의 선수들 영상을 자주 보면서 많이 배운다”고 했다.

울산은 16라운드 현재 승점 39로 1부 선두다. 하지만 2위 전북 현대와 차이는 불과 1점이다.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 원두재는 “선수 구성으로 보면 울산은 강하다. 또 팀워크가 좋다. 베테랑 형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면서 잘 이끌고 있고, 단합이 잘 되는 팀”이라고 자랑했다. 라이벌 전북에 대해서는 “계속 이기고, 또 이겨내는 강팀이다. 또 매년 잘해왔던 좋은 팀”이라면서도 “올해 첫 맞대결에서 패해 아쉽지만 앞으로 기회는 있다. 다음 경기에서는 더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와야한다”고 다짐했다.

원두재는 올림픽대표팀은 물론이고 국가대표팀 승선도 바라볼 수 있다. 23세 이하(U-23) 대표팀 김학범 감독이나 파울로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 모두 탐낼만한 자원이다. 하지만 지금은 소속 팀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선수라면 누구나 가고 싶은 곳이 대표팀이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리그에만 집중하고 싶다. 일단 팀에서 잘 하면 자연스럽게 갈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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