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개인사업자’ 허문회의 철학과 역발상…“안치홍, 잘하려는 생각 버리자”

입력 2020-08-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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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안치홍.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잘하려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안치홍(30·롯데 자이언츠)은 올 시즌에 앞서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고, 롯데와 ‘2+2년 최대 56억 원’에 계약했다. 롯데가 안치홍을 영입한 제1목표는 내야수비 강화였다. 유격수 딕슨 마차도와 함께 키스톤 콤비로서 활약을 기대했다. 실제로 19일까지 롯데는 41실책(최소 1위), DER(수비효율) 0.690(3위)으로 탄탄한 수비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114실책(최다 1위), DER 0.660(10위)의 악몽을 어느 정도 털었다. 이 과정에서 마차도와 안치홍의 지분이 크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안치홍은 타석과 수비에서 더 많은 활약만을 생각하고 있다. 19일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팀의 7-3 승리에 앞장선 뒤에도 “최근 흐름이 썩 좋지 못했다. 매번 같은 말만 되풀이해 변명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타격감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좋은 성적 나오도록 힘쓰겠다”고 자책했다.

2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이를 전해들은 허 감독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FA로 팀에 합류하다보니 잘하려는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자연히 좋은 예측보다는 나쁜 예측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현재보다는 미래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스윙 궤적, 파워, 타구처리 등 문제가 전혀 없다. 지금처럼 본인이 할 것만 잘해주면 된다”고 당부했다.

허 감독은 부임 직후 선수단과 면담에서 “너희는 모두 개인사업자다. 팀이 아닌 자신을 위해 뛰어야 한다. 그러면 팀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강조한 바 있다. 팀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게 당연한 미덕처럼 여겨지던 KBO리그 풍토와 다른 말이었다. 선수단도 처음에는 이를 낯설어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개인의 합이 커질수록 팀이 강해진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안치홍을 향해 잘하려는 생각을 버리라고 역발상의 당부를 건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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