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광해→최명길→김재규 잇는 실존인물 또 도전

입력 2020-08-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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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연기한 실존인물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광해군, ‘남한산성’의 학자 최명길, ‘남산의 부장들’에서 김재규 전 중앙정부부장을 빗댄 김규평(왼쪽부터)까지 다양하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쇼박스

광해군·최명길·김재규 이어
바둑황제 조훈현 9단 변신
배우 이병헌이 역사에 기록되거나 혹은 기록될 실존인물을 그만의 해석으로 표현하는 연기 활동을 꾸준히 잇는다. 조선시대부터 현대사 속 인물을 거쳐 현재의 유명인사까지 넘나드는 왕성한 도전이다.

이병헌이 바둑계 전설로 통하는 조훈현 9단과 그의 제자이자 라이벌인 이창호 9단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 출연을 조율하고 있다. 이병헌은 조훈현 9단 역을 맡아 극중 제자와 피할 수 없는 승부를 벌인다.

이병헌이 ‘바둑황제’ 조훈현 9단 역을 맡는 것도 이색적이지만, 한편으론 연이어 영화 속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행보로도 눈길을 끈다. 올해만 벌써 두 번째이다. 1월22일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에서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역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영화는 올해 개봉작 최고 흥행(475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기록했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는 이병헌은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다양한 도전 가운데 실존인물을 몇 차례 연기했고 매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시작은 2012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다. 개혁을 추진하는 조선의 왕 광해군 역을 맡아 1232만 관객 흥행을 이끌었다. 2017년 조선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 ‘남한산성’에서는 청나라와 화친을 주장하며 주화론을 펼친 학자 최명길 역으로 활약해 384만 관객을 모았다.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때마다 무거운 부담감을 호소한다. 상상을 가미해 표현한다고 해도 현실에 실재한 인물을 그린다는 사실 자체가 책임감을 안기기 때문이다.

이병헌도 예외는 아니다. ‘남한산성’ 개봉 당시 그는 “진지한 마음과 심각한 태도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산의 부장들’을 두고 “비교적 최근인 현대사 인물을 그려야 해 더욱 어려웠다”며 “그 시대를 살던 사람이 지금도 많기에 우리가 함부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작품 ‘승부’에서는 실존인물이면서도 과거 존재가 아닌 ‘현재’ 바둑계의 대표적 인물이란 점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조훈현 9단은 세계 최연소 입단(9세), 세계 최초 9단(1982년), 세계 통산 최다승(1949승) 등 숱한 기록을 쓴 인물로 이병헌을 통해 어떻게 묘사될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현재 송강호와 영화 ‘비상선언’ 촬영에 한창인 이병헌은 이를 마무리하고 ‘승부’를 소화할 계획이다. ‘승부’는 ‘공작’ ‘군도:민란의 시대’을 만든 윤종빈 감독이 이끄는 영화사 월광이 제작하는 작품으로, 지난해 조훈현 9단 등으로부터 영화화 동의를 얻고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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