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소형준은 8월 5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1.57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8월 월간 MVP에 오른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올 시즌 KBO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순수 신인이라는 점이다. 스포츠동아DB
표본이 많진 않지만 찬란히 빛났다. 소형준(19·KT 위즈)의 KBO 월간 최우수선수(MVP) 후보 등극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수상 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8월의 퍼포먼스가 ‘아름다운 한 달’에 그치지 않는다면 KT, 그리고 한국야구에 호재다. 그럴 가능성은 다분해보인다.
소형준은 8월 5경기에서 28.2이닝을 소화하며 4승무패, 평균자책점(ERA) 1.57을 기록했다. ERA는 월간 1위이자 유일한 1점대다. 8월 2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6회까지 1점을 내준 뒤 7회 주자 2명을 남겨두고 내려갔는데, 승계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승리 요건이 지워졌다. 0점대 ERA와 5전승 타이틀을 아깝게 놓쳤다.
월간 MVP 후보 등극 자체가 ‘사건’이다. 수상 여부를 떠나 신인선수의 후보 등극만으로도 2016년 4월 신재영(키움 히어로즈) 이후 4년만이다. 고졸신인으로 범위를 좁히면 2011년 5월 임찬규(LG 트윈스) 이후 9년만이다. 월간 MVP 후보는 개인 타이틀 1위 등 압도적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고졸신인이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자체가 대단한데, 거기에 성적까지 내야 하니 드물 수밖에 없다.
신재영은 2위, 임찬규는 4위로 아깝게 수상에 실패했다. 신인의 월간 MVP 수상은 2005년 8월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이후 15년째 명맥이 끊겼다. 물론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을 시작으로 김광현(SK 와이번스) 등 괴물투수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은 리그 타이틀 스폰서 등의 문제로 월간 MVP를 따로 선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소형준이 수상에 성공한다면 오승환 이후 15년만이자 역대 6번째 신인 수상이 된다. 아울러 고졸투수 중에선 최초다. 신인으로 월간 MVP를 받은 투수는 1985년 8월 선동열과 앞선 오승환이 전부인데 둘 다 대졸투수였다.
KT에도 큰 의미다. 2015년 1군에 합류한 KT는 2018년 4월 유한준의 수상으로 첫 월간 MVP 배출에 성공했다. 이어 올해 6월 멜 로하스 주니어가 2호 수상자가 됐다. 소형준은 KT 사상 8번째 월간 MVP 후보다. 그러나 앞선 7명 중 투수는 배제성(2019년 8월)뿐이었다. 배제성이 당시 수상에 실패했으니 소형준은 KT 투수 최초 기록도 노리고 있다.
KBO리그는 젊은 투수, 특히 우완 기근에 수년째 시달리고 있다. 그렇기에 리그를 대표할 만한 오른손 투수의 등장은 반갑기만 하다. 소형준은 이제 막 데뷔 첫 해이며, 스무 경기도 치르지 않았다.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게 훨씬 많기를 한국야구 팬들은 바라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