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긴다? 잡으러 간다! 삼위일체 익숙한 KT, 이젠 ‘평상심’을 논한다!

입력 2020-09-23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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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감독 이강철. 스포츠동아DB

프로스포츠단을 지탱하는 네 개의 다리는 선수단, 코칭스태프, 프런트, 그리고 팬이다. 네 가지 요소가 불협화음 없이 완벽한 합주를 이룬다면 성적은 자연히 따라온다. 올 시즌 KT 위즈가 그렇다. 아래를 보면 쫓기고 있지만, 위를 보면 자신들이 잡으러 가는 상황이다. 이제는 변화 대신 안정이 필요할 때다. KT가 창단 처음으로 ‘평상심’을 노래하고 있다.

지난해 이강철 감독 부임 이후 창단 첫 5할 승률에 성공한 KT는 올 시즌 창단 첫 포스트시즌(PS)을 넘어 5위 이상을 넘보고 있다. 승패의 마진은 플러스(+) 10을 넘긴지 오래다. 하위팀의 역대급 부진으로 5할 승률의 가치가 예전만 못하지만, 3위 이상도 충분히 가시권이다.

창단 이래 줄곧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KT이기에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어지러울 수도 있는 순위.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이 감독은 “선수단에게 ‘너무 승리를 바라지 말고 지금을 즐기자’고 했는데 오히려 선수들이 패한 날 씩씩댄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실제로 선수단은 이긴 날보다 지는 날이 두 배 가까이 많았던 시절, 플레이볼 사인이 울리기 전부터 “오늘도 지겠구나”라는 말을 농담처럼 던지던 패배의식을 완전히 떨쳐냈다.

이 감독은 “선수단은 생각보다 고요하다. 지난해 9연승을 할 땐 나도, 선수단도 들뜬 게 보였다. ‘들뜸 반 긴장 반’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긴 연승 때도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2~3연패 정도 하더라도 금세 털어낼 것 같다는 자신감이 쌓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연승과 연패는 흔하다. 이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야구를 하는, 평상심을 갖춘 것이다. 하위팀에 쫓기고 있다는 인식 대신 상위팀을 잡으러 간다는 의식이 선수단에 가득하다.

프런트에서도 과한 움직임 대신 현상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이숭용 단장은 성적 얘기를 꺼낼 때면 “감독님 덕분”이라며 그저 고마움을 전한다. 자신들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현장이 승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이라며 음지를 자처한다. 팀이 순항하고 있으니 프런트에서도 변화를 가하는 대신 이 분위기를 잇는 데만 오롯이 초점을 맞추는 중이다. 이 시점에서 움직임을 보인다면 역효과가 나기 십상이다.

이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의 삼위일체를 넘어 팬과 함께하는 ‘사위일체’까지 바라고 있다. K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개막이 미뤄졌을 때부터 화상회의 시스템의 ‘언택트’ 응원전을 개최했다. 이 감독은 승리 후 코멘트에서 언제나 화면으로 힘을 보태준 팬들의 공로를 잊지 않는다. 선수단, 코칭스태프, 프런트, 팬의 시선은 오직 한 곳에 맞춰져 있다. KT의 우직한 발걸음, 그 키워드는 ‘지금처럼’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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