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타임세일·그랩앤고…호텔들 문턱 낮추고 “어서오세요”

입력 2020-09-23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경쟁 브랜드인 신세계조선호텔 계열의 레스케이프와 컬래버레이션 패키지를 진행하는 라한호텔 계열의 강릉 씨마크호텔 코너스위트. ‘포스트 코로나19’에 맞춰 확 달라진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호텔들이 과감하게 변신하고 있다. 사진제공|라한호텔

뉴노멀 시대 호텔들의 생존법

레스케이프-씨마크, 협업 패키지
홈쇼핑 유튜브 등 활용 타임세일도
롯데호텔 드라이브스루 매출 20%↑
재택근무족 겨냥 틈새상품도 출시
“달라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위기 때면 등장하는 진부한 슬로건이지만, 적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란 전무후무한 상황을 겪는 국내 호텔들에게는 한없이 절박한 목표다.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럭셔리 마케팅으로 대표되던 호텔들이 문턱을 대폭 낮추고, 고객친화적인 서비스와 콘텐츠를 내세워 코로나19로 도래한 ‘뉴노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위기극복 위한 경쟁업체와의 협업
신세계조선호텔 계열의 레스케이프와 라한호텔 계열의 강릉 씨마크는 최근 컬래버레이션 패키지를 내놓았다. 같은 글로벌 체인이거나 한 회사의 계열 브랜드끼리 협업은 있었지만 이처럼 타 경쟁업체와 손을 잡는 것은 이례적이다. 호텔을 이용하는 경험 자체를 여행의 중요 목적으로 여기는 트렌드에 맞춰 서로 다른 분위기나 서비스의 호텔이 연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장경일 레스케이프 영업지원팀장은 “해외여행의 대안으로 국내의 아름답고 럭셔리한 곳을 찾는 고객이 늘어 기획했다”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커플, 신혼부부 등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홈쇼핑·라이브 커머스…문턱 낮춘 호텔들
호텔들에게 홈쇼핑 채널은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꺼리던 유통 플랫폼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호텔들이 홈쇼핑에 진출했다. 홈쇼핑이나 유튜브 모두 위기극복을 위한 현실적인 차선책이었지만 시장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다.

홈쇼핑서 패키지를 판매한 서울의 한 호텔 관계자는 “시작 전에는 내부에서 자조적 반응도 있었지만 과거 수요가 별로 없던 지방 예약이 몰리는 등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두어 새 유통 플랫폼으로 기대가 생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고객 곁으로 다가서는 마케팅은 더욱 진화해 인스타그램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롯데호텔처럼 SNS 채널로 플랫폼이 확대되고 있다.

호텔 식음매장의 새로운 트렌드인 그랩앤고 서비스로 출시한 인터컨티넨탈 서울의 추석 명절음식 도시락. 사진제공|인터컨티넨탈 서울



불황 극복 효자, 드라이브 스루 (그랩앤고)
예약 주문한 음식을 특정장소에서 수령하는 드라이브 스루 또는 그랩앤고 서비스는 호텔 레스토랑의 숨통을 열어준 효자들이다. 홈쇼핑이나 유튜브 진출이 고객을 찾아가는 적극적 판매정책인 것처럼, 이 서비스도 호텔 레스토랑의 문턱을 대폭 낮춘 발상의 전환이다. 소비자의 반응도 좋아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처음 본격 실시한 롯데호텔의 경우 관련 매출이 매달 20% 이상 상승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호텔들은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음식 종류를 선택할 수 있는 명절용 드라이브 스루 특별 메뉴를 내놓는가 하면(롯데호텔), 집에서 추석을 지내는 ‘홈추족’을 위한 그랩앤고 도시락(인터컨티넨탈 서울)을 출시했다.

재택근무 ‘틈새시장’ 공략 스테이 상품
오후 2시나 3시 체크인, 오전 11시나 낮 12시 체크아웃. 오랫동안 불문율로 통하던 호텔 이용시간 관행도 코로나19 시대에 깨졌다. 요즘은 많은 호텔들이 하루 24시간을 꽉 채워 이용하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글래드 호텔은 오전 10시에 체크인해 다음날 오후 6시까지 이용하는 ‘30시간 휴식 패키지’까지 내놓았다.

반대로 숙박을 하지 않는 반나절이나 12시간 정도 머무는 스테이 상품도 등장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상황 속에 집에서 업무에 집중하기 힘든 직장인이나 피트니스센터와 수영장, 키즈존 등 부대시설 이용이 목적인 고객을 노린 틈새시장 상품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