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신조어 자막 제재…예능 제작진 “표현의 자유 위축”

입력 2020-10-2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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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사진제공|MBC

‘놀면 뭐하니?’ 등 7개 프로그램 제동
예능 PD들 “시대의 변화 반영 필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을 넘어 프로그램 제작이 불가능한 상황을 낳을 수도 있다.”

일부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이 최근 답답함을 호소한 말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한글을 파괴했다”며 신조어를 자막에 삽입한 MBC ‘놀면 뭐하니?’ 등 7개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법정 제재에 나서는 등 방송프로그램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21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저해한다”며 일부 프로그램이 자막에 ‘덕후(팬)’ ‘성덕(성공한 덕후)’ ‘부캐(부가적 캐릭터)’ 등 신조어를 삽입한 것에 대해 ‘주의’ 의결을 논의했다. 이에 방송프로듀서들의 결사체인 한국PD연합회는 26일 성명을 내어 “욕설, 비속어, 혐오 표현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의 자막에 법정 재제를 가하려는 방심위의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방심위가 지적한 신조어가 “사람들이 실제 생활에서 쓰는 말”이라며 “현실에서 사용하는 살아있는 말을 배제한 채 어떻게 예능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해당 안건에 대한 최종심의 결과는 11월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방송가 외부에서도 비판적인 시선이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27일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예능프로그램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경직된 관점이다”면서 “실제 언어생활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어느 정도 허용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SBS ‘맛남의 광장’과 ‘텔레비전에 그게 나왔으면’ 등에 대한 방심위 조치도 방송가의 불만을 키운다. 최근 방심위 광고심의소위원회는 “시청 흐름과는 무관한 간접광고 상품을 노출했다”며 두 프로그램에 대한 ‘권고’와 ‘주의’를 결정했다. 두 프로그램은 지방의 농수산물과 중소기업 상품을 홍보·판촉하면서 심의 대상에 올랐다.

한 예능프로그램 PD는 “‘선한 간접광고(PPL)’ 관련 기획이 예능프로그램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면서 “방송의 공적 책임도 중요하지만, 시대상의 변화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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