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수 영지 “슬쩍 발 뺄거라고? …트로트 사랑은 찐!”

입력 2021-03-1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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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영지가 최근 ‘돈은 내가 낼게요’를 내고 트로트에 도전했다. 트로트를 향한 “발만 담갔다 빼는 게 아닌 ‘찐’ 애정”이 도전의 발판이다. 사진제공|용가리통뼈 창작소

“교수님이 왜 거기서 나와”…첫 트로트 신곡 낸 19년차 발라드 가수 영지

‘미스트롯2’ 도전은 화려했던 시간
‘돈은 내가 낼게요’ 댄스 트로트 곡
자신있게 ‘저 트로트 해요’ 말할래
“트로트 가수 도전? 잘 해야 본전이라고요? 저는 ‘본전’이 없더라고요.”

영지(김영지)는 19년차 발라드 가수다. 2003년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 네 명이 뭉친 버블 시스터즈의 멤버이자 씨스타 소유, 포미닛, 하이라이트 이기광 등 아이돌 가수들의 보컬 트레이너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최근 종영한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미스트롯2’에 출연해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요즘 말로 “왜 네가 거기서 나와?”라는 반응이었다. 한 장르에서 잔뼈가 굵은 가수가, 그것도 대학생들에게 실용음악을 가르치는 교수가 트로트 오디션을…? 의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단순히 호기심이나 화제몰이를 위한 단발성 시도가 아니었다. 영지는 최근 싱글 ‘돈은 내가 낼게요’를 발표하고 정식 트로트 가수로 변신했다. 진심이었다. 그는 “찐”이라고 했다.


- 왜? (긴 질문이 필요 없었다. ‘미스트롯2’의 심사위원인 가수 김준수, 박선주, 작곡가 조영수에게도 ‘충격’이었다. 심지어 트로트 가수 임영웅은 10년 전 경복대 첫 강의의 첫 제자였고, 두 사람은 방송에서 마주하곤 어쩔 줄 몰라 했다.)

“하하하! 시대가 바뀐 것도 있고, 나이가 들면서 예전 음악도 찾아듣게 되고. 장윤정 콘서트 게스트로 8개월 동안 지방 공연을 다니면서 무대에 서보니 트로트라는 장르가 너무 좋은 거예요. 관객 연령층이나 소통하는 방식도 인간적이고요. 성인가요가 뭘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트로트 앨범을 준비하게 됐어요.”

가수 영지. 사진제공|용가리통뼈 창작소



-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은 ‘모 아니면 도’였을 듯하다.

“어느 날 곡을 쓰는데, 답을 못 찾겠더라고요. 헤매고 있을 때 시즌2 소식이 들렸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장르를 찾자, 거기서 ‘배우자’ 마음먹었죠. 경연 동안 심사위원 평가를 받으면서 트로트가 뭔지 알 것 같았어요. 근데 다들 제가 출연하겠다고 하니 ‘잘 해야 본전이다’ ‘모 아니면 도’라고 하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밑질 본전도 없는 거예요. 가진 게 없었죠. 그래서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고!”


- 주위에서 만류하지 않았나.

“서류심사에서부터 떨어질까 불안해 친한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았어요.(웃음) 합격 후에는 제작진도 ‘괜찮으세요?’라고 묻더라고요. 아니, 경력 대접을 받으려면 집에 있지 왜 도전하겠어요. 솔직히 20년을 노래했다고 해도 계산해보니 오디션 4∼5개월 동안 매일 노래하며 가수로 살았던 것 같아요. 그 시간이 가장 화려한 날이 아니었나 싶어요. 현실은 밥벌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한 나날이기는 했지만.”

영지는 준결승 직전인 에이스전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답을 찾았다. 그리고 헤맸던 트로트곡도 속전속결로 내게 됐다. ‘돈은 내가 낼게요’는 작곡가 그룹 ‘뽕서남북’의 작품으로,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요즘 연애 스타일을 직설적인 노랫말로 표현한 댄스 트로트다. 영지의 시원한 성격과 딱 어울린다. 마음에 꽂힌 남자에게 당당하게 고백하는 여성이나 돈 없는 ‘동생’들에게 밥 잘 사주는 멋진 ‘언니’의 마음을 대변하겠다는 의미이다. 더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보컬에 사랑스러움까지 더했다.

가수 영지. 사진제공|용가리통뼈 창작소




- 트로트 가창 실력은 발라드와 다를 텐데.

“하하하! 늘었어요! 다행이죠. 솔직히 발라드로 20년 동안 ‘장인’이라는 소리를 못 들어도 노래 좀 부른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트로트를 새로 시작해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뿌듯해요. 너무 재밌어요. 노래를 처음 시작했을 때 생각도 나고요. 영지라는 가수가 ‘노래는 정말 잘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 진정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솔직히 슬쩍 발만 담갔다 빼려는 것 아니냐 의심하는 이들도 있어요. 그래서 더더욱 첫 곡을 발라드 트로트로 하지 않았죠. 결승전까지 오르지 못해 ‘찐(진한)트로트’를 남기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예요. 그랬다면 조금 더 진정성 있게 봐주셨을 텐데 말이죠. 다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해야죠. 앞으로 논란은 예상하지만, ‘저 진짜 트로트 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가수 영지 프로필

▲ 1981년 11월26일생
▲ 동아방송대학 영상음악과 졸업
▲ 2003년 버블 시스터즈로 데뷔
▲ 2007년 솔로 가수 영지로 재출발
▲ 이후 디지털싱글 ‘비니라’ 첫 번째 미니음반 ‘영지’ 등 발표
▲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실용음악학과 겸임교수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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