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북마크] ‘스라소니 아카데미’ 김상중→지주연, TV판 클럽하우스 탄생 (종합)

입력 2021-03-12 0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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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중 첫 회부터 ‘인생 명언’ 작렬
MBN ‘아는척쌀롱-스라소니 아카데미’가 ‘열공 욕구’를 부르는 다채로운 인문학 지식을 앞세우며 첫 방송부터 시선 몰이에 성공했다.

11일 첫 방송된 ‘스라소니 아카데미’에서는 ‘아카데미 원장’ 김상중을 필두로 ‘아는 척 어벤저스’ 지주연X김소영X김정현X윤태양X허희X김갑수X라임양이 의기투합, ‘소소하지만 확실한’ 인문학 토크 배틀을 벌이는 모습으로 교양계 ‘핫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가장 먼저 철학박사 윤태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전한 땅’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쳤다. 윤태양은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에 기록된 가장 안전한 땅 10곳(십승지) 중 하나인 영주시 풍기읍으로 향했다. 답사 결과 이곳은 촬영 당시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고, 6.25 당시에도 전쟁 상황을 모를 정도로 인사 사고가 없는 곳이었다. 화면으로 풍기 지역을 둘러본 회원들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떠오른다”며 감탄했고, 김갑수가 ‘정감록’을 직접 들고 나와 소개해 분위기가 고조됐다.

윤태양은 “현재는 ‘정감록’의 파괴력에 쉽게 공감할 수 없지만, 우리가 상대적으로 삶의 위협을 덜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아이를 낳아보니 불안이 생겼다.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절박함이 ‘십승지’를 믿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으로 김소영이 ‘베토벤 넘버 60의 비밀’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쳤다. “19세기에 ‘커피하우스’ 문화가 등장하며 많은 예술인들이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김소영은 “베토벤의 곡 ‘넘버 60’은 커피하우스에 가지 않고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신 습관과 관련이 있다. 정확히 원두 60알을 세어 커피를 내렸는데, 현재 바리스타들이 내리는 에스프레소 양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상중 등은 “60알을 세는 자신만의 의식이 작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라는 해석을 곁들였다.

역사 크리에이터 라임양은 한양 천도를 주제로 ‘아는 척’ 대결에 나섰다. 당시 천도 후보지였던 개경(개성), 무악(신촌), 한양(광화문) 중 고민에 빠진 태종이 총 9번의 ‘척전(동전 던지기)’을 통해 한양을 새로운 수도로 정했다는 사실을 전한 것. 라임양은 “동전 던지기의 결과가 현재 서울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때로는 수많은 우연이 모여 역사가 만들어진다”고 부연 설명했다.

고고미술사 전공 변호사 김정현은 빈센트 반 고흐에 관련한 비화로 몰입도를 높였다. 빈센트와 동생 테오가 연달아 사망한 뒤, 빈센트의 ‘제수씨’인 요한나 봉거가 반 고흐의 작품을 모두 챙겨 네덜란드로 이주해 마케팅(?)에 나선 일화를 밝힌 것. 예술가들의 ‘교류의 장’으로 게스트 하우스를 차린 요한나는 반 고흐의 작품을 전시한 후, 형제간의 편지를 책으로 출판하면서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유발했다. 김갑수는 “대단한 사람 뒤에는 빛나지 않는 조력자가 있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지주연은 인생의 ‘경로 이탈’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홀로 지리산으로 향했다. 문화예술인들의 ‘살롱’인 형제봉 주막에 도착한 그는 과거 호텔리어였던 주막 사장님과 과거 IT 전문가였던 사진작가, 교도관 출신 환경운동가 등을 만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생엔 정답이 없다는 걸 깊게 깨우치고 왔다”는 지주연의 말에 김상중은 “삶은, 계란이다”라고 농담을 던진 뒤, “계란은 스스로 깨면 병아리고, 남이 깨주면 계란 프라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첫 회부터 ‘어록’을 생성했다.

마지막으로 문학평론가 허희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를 소개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아이 엄마 수전은 존재의 공허함을 느끼며 방황하던 중, 아침마다 시골의 호텔로 향해 ‘19호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는데, 자신만의 공간이 발각된 뒤 남편이 외도를 오해하자, 해명 대신 죽음을 택했다고. 이야기를 듣던 ‘아는 척 어벤저스’들은 ‘고독’과 ‘고립’의 차이에 대해 토론했고, 김상중은 “나만의 ‘19호실’은 화장실이다, 문이 안 열리면 고립이고, 열리면 고독”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모든 토크가 끝난 뒤 원장 김상중은 “코로나 시대에 안전을 담보하는 곳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며, “윤태양의 이름으로 ‘서스펜디드 커피(커피 기부)’ 50잔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겠다”며 다음 모임을 기약했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아는 척’ 할 만한 이야기들이 지식에 대한 목마름을 ‘완충’해주는 동시에, TV판 ‘클럽하우스’의 탄생을 알린 첫 회였다.

김상중과 ‘아는척 어벤저스’가 매주 인문학 기행을 다녀온 뒤, 토크 배틀을 벌이는 MBN ‘스라소니 아카데미’는 매주 목요일 밤 11시 방송된다.

사진 캡처=MBN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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