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주연상 후보 스티븐 연…순수 아시아계 배우는 최초

입력 2021-03-1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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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연. 사진제공|판씨네마

감독상 후보 정이삭, 어린 시절 경험 영화에 담아
배우 스티븐 연도 ‘미나리’로 올해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순수’ 아시아계 배우로는 처음이다.

스티븐 연은 ‘미나리’에서 1980년대 아내와 두 아이를 이끌고 낯선 땅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농장을 일궈가는 꿈을 키우는 가장 역할을 연기했다.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실제 5살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그는 우리말 대사가 어색했을 법했지만 이를 뛰어넘는 연기로 공감을 더했다.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는 그는 “아버지와 다시 연결되는 감동적인 경험이었다”고 돌이키기도 했다.

한국명 ‘연상엽’인 그는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것에 얽매이지 않았고, 결국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서는 성과를 거뒀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이듬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으로도 낯익은 그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 레이니즈 블랙 바텀’의 고 채드윅 보스먼, ‘더 파더’의 앤서니 홉킨스, ‘맹크’의 게리 올드먼 등과 상을 두고 경쟁한다.

스티븐 연을 주연으로 내세운 정이삭 감독도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나리’ 속 주인공처럼 미국 아칸소주에서 농장을 꿈꿨던 이민자 아버지의 교육을 받으며 자라난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영화에 담아냈다. 특히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홀로 딸을 키우며 생계를 위해 갯벌에서 조개를 캤던 할머니”의 모습에서 윤여정의 극중 캐릭터를 떠올렸다.

2007년 르완다 난민들의 아픔을 담은 ‘문유랑가보’로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도 초청받은 정 감독은 “딸이 7살이 됐을 때 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서 그 나이 때 내가 느꼈던 걸 되새겼다”면서 1일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딸이 영화를 만든 이유”라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이처럼 이민자의 정서 아래서 ‘미나리’를 제작하고 연출한 그는 윤여정의 여우조연상과 스티븐 연의 남우주연상과 함께 아카데미 작품·감독·각본·음악상 등 모두 6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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