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구마사’ 국민청원 20만명 돌파, 관계 부처 입장은?

입력 2021-03-26 23: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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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 취소됐지만, 국민청원 20만 돌파
‘조선구마사’에 대한 관계 부처 입장은?
원론적이고 형식적 답변 나올 경우 ‘역풍’
‘조선구마사’ 논란, 아직 안 끝났다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연출 신경수, 극본 박계옥, 제작 스튜디오플렉스·크레이브웍스·롯데컬처웍스)가 방송 2회 만에 편성 취소한 가운데 방송 중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가 20만 명을 돌파하면서 결국 관계 부처가 어떤 식으로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예고된다.


앞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역사 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 중지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23일 SBS에서 방영된 ‘조선구마사’ 드라마는 역사를 왜곡하고, 중국의 동북공정을 받아들이는 듯한 내용과 화면으로 점철됐다. 물론 방송을 시작하면서 자막을 통해 ‘본 드라마의 인물, 사건, 구체적인 시기 등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며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을 넣었으나, 실제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어떻게 역사적 사실과 무관할 수 있나. 처음부터 판타지로 풀어내려면, 모든 등장인물을 새롭게 창조했어야지. 역사적 인물이 그대로 나오는데, 특히 조선 역사를 모르는 외국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아, 저 때 저 사람이 저랬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까 샆다”고 이야기했다.

청원자는 “태종이 환시와 환청으로 인해 백성들을 무참히 도륙하는 것, 충녕대군이 통사 마르코와 바티칸에서 파견된 구마 전문 신부 요한에게 중국의 과자 월병에, 중국식 인테리어의 기생집까지. 도대체 PD는 뭐 하는 분이고, 작가는 뭐 하는 사람이고, 미술감독은 뭐 하는 사람이고, 방송 제작을 결정하고 관리 감독하는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지. 무엇보다 지상파에서 이런 내용이 문제없이 방송이 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찍어 놓은 장면 아깝다 생각 말고, 국민에게 더는 스트레스를 주는 쓰레기 같은 내용의 드라마는 바로 폐기하고 종영하기를 바란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끝으로 청원자는 “이렇게 심각한 역사 왜곡은 법적으로 나오지 않게 재발 방지를 청와대에 요청하는 바이다. 이런 쓰레기 같은 내용에 아무 문제의식 없이 출연한 배우들도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해당 국민청원은 청원이 시작된지 사흘 틀 만인 26일 밤 11시 5분 현재 청원 동의 인원 20만 4000명을 돌파한 상태다. 따라서 관계 부처는 ‘조선구마사’에 대한 어떤 입장이든 내놓아야 한다. 물론 ‘조선구마사’는 제작 3사와 방송사 논의 끝에 편성 취소됐다.
SBS는 26일 오전 공식입장문을 통해 “본 방송사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편성)을 취소하기로 했다. 본 방송사는 본 드라마의 방영권료 대부분을 이미 선지급한 상황이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친 상황이다. 이로 인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 되는 상황이지만, 본 방송사는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작 3사 역시 “우선 시청자들에게 사과한다. 편성 취소 이후 제작 관련 사항에 대해 문의하는 부분이 있어 답한다. 제작은 중단됐다. 상황의 심각성을 십분 공감하며, 작품에 참여했던 모든 스태프과 관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조선구마사’ 관련 해외 판권 건은 계약해지 수순을 밟고 있다. 서비스 중이던 모든 해외 스트리밍은 이미 내렸거나 금일 중 모두 내릴 예정이다. 시청자들에게 상처를 준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한다”고 전했다.
이로써 ‘조선구마사’는 드라마 역사 한 획을 그으며 사라진다. 하지만 아직 역사적 기록 남을 사안이 남았다. 관계 부처 입장이다. 애초 요청사항이 방송 중지였지만, 국민청원 20만 명이 돌파된 만큼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방송 중지로 더 할 말 없다’는 원론적인 말을 내놓았다가는 관계 부처도 역풍을 맞을지 모른다. 애초 손 놓고 방관했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조선구마사’ 논란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 이미 정치권 일부에서는 여론을 의식한 ‘말 얹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또한 ‘조선구마사’ 같은 유사 케이스가 또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어 이를 둘러싼 방송법 개정, 심의 규정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조선구마사’는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문제작으로 남는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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