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②] 롯데가 상동에 투자하는 기술과 배려, 혁신의 완성은 마음

입력 2021-04-0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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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젖은 빵!’

미국 마이너리그의 상징이다. KBO 퓨처스(2군)리그도 마찬가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2군에서 고생해 빨리 1군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한다’는 말이 정설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수뇌부는 이런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지 야구를 잘하는 팀을 넘어 명문구단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2군에 먼저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성민규 단장이 취임한 2019년 가을부터 약 2년간 2군에만 10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부임 직후 숙소 등 야구장 전반의 환경개선을 시작으로 각종 첨단장비들을 도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실내연습장에 히터를 설치하고 잔디를 새로 깔았다.

능률을 올리기 위해 외부전문가 수혈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2019년 R&D팀을 신설하며 바이오메카닉 학위를 가진 김혜리 박사를 채용했다. 김 박사는 지난해 호주 스프링캠프에서도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선수의 메커니즘을 연구했고, 올해 캠프 기간에도 사직과 상동을 분주히 오가며 케이베스트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몰두했다. 현역 시절 드라이브라인 아카데미를 5년간 거친 브랜드 맨을 코디네이터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맨 코디네이터는 “엄청난 일들이 상동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시설에 감탄했다. 메이저리그(ML) 시카고 컵스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허재혁 트레이너도 스포츠 사이언스팀장으로 롯데에 합류해 사직과 상동을 지키고 있다.



숫자는 결과를 움직인다. 하지만 고용인이 피고용인을 움직이기 위해선 마음부터 건드려야 한다. 롯데도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자이언츠맨’으로서 프라이드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롯데 2군은 올해부터 1군과 똑같은 기종의 버스를 탄다. 식대도 1군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상동 식단을 담당하는 우미연 영양사는 “몸에 좋으면 맛이 없다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반적으로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제공하는데 선수들의 반응이 좋아 다행”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선수단에 격려금을 지급했는데, 2군 선수들도 1군과 똑같은 금액을 받았다. 롯데 육성팀 관계자는 “물론 아무리 투자해도 1군과 2군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다만 적어도 ‘2군 선수’라는 열등감은 느끼지 않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해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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