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리더십’ 박미희 감독이 흥국생명 선수들과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입력 2021-04-01 17: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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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스포츠동아DB

3월 30일 벌어진 GS칼텍스와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3차전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3으로 져 준우승이 확정된 직후,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58)의 표정은 한결 홀가분해 보였다. 이재영-다영 자매가 과거 학교폭력에 따른 징계로 로스터에서 사라지는 등 박 감독은 자신의 배구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초대형 악재로 고생한 지난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박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어머니 리더십’이 다시금 엿보였다. 어떤 역경이 찾아와도 자식부터 보호해야 하는, 바로 그 책임감이었다.

어머니는 강하다. 박 감독도 그랬다. 기본적으로 온화한 리더십의 소유자다. 선수들도 인정한다. 그러나 숨겨진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본분을 망각한 행동에 대해선 강하게 질타한다. 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일종의 방법이다. 그러면서도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최대한 언급을 자제한다. 선수들이 화풀이로 받아들이진 않을까 걱정해서다. 부임 초기부터 그랬다.

한 자리에선 “목표의식이 사라지는 선수들을 볼 때 가장 화가 난다”고 했다. 자식이 어디서든 당당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다. 경기도 용인의 훈련장 벽에는 지금도 ‘너희들은 아직, 너희들의 최고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문구가 붙어있다. 2016~2017시즌 정규리그, 2018~2019시즌 통합우승의 업적을 달성한 뒤에도 변함없다.

선수단 불화설과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도 시즌을 치르는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때 ‘외부요인’을 불안요소로 꼽았던 것도 김연경, 김세영 등을 제외하면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팀의 특성상 기술보다 멘탈(정신력) 회복이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PO)에서 기업은행을 꺾고 챔프전에 진출한 비결도 여기에 있다. 배구계 관계자들은 “박미희 감독이었기에 지금까지 끌고 온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챔프전에서 3전패로 시즌을 마무리한 뒤 선수들에게 전한 말 마디마디에도 뼈가 있었다. 먼저 “진짜 스포츠의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 선수들이 이번 시즌을 통해서 많이 느낀 것 같다”고 했다. 팀 차원에서 개인의 공백을 메우는 방법을 터득한 선수들에 대한 칭찬이었다. ‘캡틴’ 김연경에게도 “배구를 하면서 올해 특히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격려하는 것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 역할을 충분히 잘해줬다”고 공로를 인정했다.

어렵게 시즌을 마무리한 선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였다. 올 시즌의 경험을 발판 삼아 한 단계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수고했다. 오늘이 지나가면 또 과거가 된다. 이제 새로운 순간들이 찾아온다.”

최악의 상황에도 변함없이 응원해준 팬들 생각도 잊지 않았다. 시즌이 끝난 직후 스포츠동아를 통해 감사인사를 전했다. “배부를 때 진수성찬보다 배고플 때 빵 한 조각이 소중하듯 어려울 때 용기를 주신 많은 찐 팬들께 감사드립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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