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백승호와 합의 시도’ 수원 삼성의 풀뿌리 시스템은 건강할까?

입력 2021-04-0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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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FC바르셀로나(스페인) 유학비(3억 원) 지원을 근거로 ‘우선 영입권’을 주장한 수원 삼성이 아니라 전북 현대로 이적한 백승호(24)에게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든 선수’라는 거대한 프레임이 씌워져있다. 수원은 백승호의 전북 이적이 공식 발표된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입장문을 냈다. 여기에 ‘본 건은 유소년 육성 정책에 대한 중요한 시금석이 될 사안이다. 구단은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해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적혀있다.

그동안 수원은 소송을 예고하며 원금과 이자, 손해배상까지 총 14억 원을 제시해 선수측을 압박했으나, 최근 태도가 돌변했다. 구단 최고위층이 나서 ‘4억 원+사과 영상’으로 합의를 제안한 정황이 포착됐다.

그러나 백승호는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여전히 각종 축구 게시판에는 욕설과 조롱이 넘쳐난다. 선수 이미지는 바닥에 추락했고, 유소년 시스템을 파괴한 주범이 됐다. ‘K리그 복귀 시 시기·방법·형태와 상관없이 수원에 입단한다’는 합의를 선수가 어긴 것은 사실이지만, 심각한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 K리그 유소년 육성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든 것이 오로지 백승호에게만 해당하는지의 여부다. 유감스럽게도 수원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 2013년 2월 부산지방법원의 판결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4년부터 수원 선수단운영팀장으로 근무하며 유소년선수 영입을 총괄했던 A는 2009년부터 이듬해까지 서울·경기지역 모 중학교 선수들을 구단 산하 매탄고로 영입하기 위해 해당학교 감독들에게 총 1억 원 이상의 사례금을 지급했다가 법적 처벌(벌금형)을 받았다. 부정청탁과 뒷돈으로 얼룩진 이 사건에는 수원 외에도 K리그 4개 팀이 연루돼 충격을 더했다.

수원의 엉성한 유소년 운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수년간 매탄중 선수단 합숙소로 사용한 곳이 구단 전직 직원이 소유한 건물(원룸 형태)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전세권 설정이 지난해 만료된 4층 건물 내부도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입지는 훨씬 최악이었다. 특히 광교에 위치한 숙소와 훈련장(경기도 화성)이 너무 멀어 선수단의 피로감이 상당했다.

구단 내부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다. “문제 있는 계약”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럼에도 알 수 없는 이유로 건물 사용이 강행됐고, 4억 원대의 자금이 전세비로 집행됐다. 물론 사안 자체가 불법은 아니나, 구단 운영비가 퇴직 직원의 재테크에 활용됐다는 점은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K리그 어느 팀에서도 부정거래를 의심받으면서까지 전직 직원 소유의 건물에 입주하지 않는다.

여러 축구인들이 “백승호도 잘못했지만, 수원에도 명문 클럽이라는 자부심에 어울리지 않은 부분이 많다. 투명하지 않은 선수 스카우트와 불필요한 오해를 산 유소년 숙소 문제 등은 ‘클린 클럽’과 분명 거리가 멀다”며 꼬집는 이유를 수원 역시 한 번쯤은 되새겨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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