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했던 당대불패와 감동의바다부터 마주 신념담은 독도지기까지…

입력 2021-04-08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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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경주마 이름의 비하인드 스토리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의 이름을 결정하는 네이밍 작업은 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소비자에게 자신을 알리는 ‘이름’에서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면 성공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랙을 질주하는 경주마들도 마찬가지다. 레이스가 시작되면 경마 팬들이 승리를 바라며 목이 터지게 외치는 경주마들의 이름은 경주마의 정체성과 마주의 철학, 목표 등이 담겨 있다. 그래서 경마 경주마들 중 상당수가 개성 넘친 이름을 가지고 있다. 경주마들의 다양한 이름에 얽힌 숨겨진 스토리를 소개한다.

6자 이름에 담긴 우승의 열망
말은 혈통등록이 되고 만 1세가 지나면 마주가 이름을 붙일 수 있다. 경주마의 마명은 한국마사회(회장 김우남)의 ‘더러브렛 등록 규정’에 따른다. 한글 기준으로 여백 없이 6자 이내로 지어야 한다. 이 ‘여섯 글자’를 위해 마주들은 자식 이름을 짓는 것만큼 고민한다. 자라면서 다치지 않기를, 경주에서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우승에 대한 열망도 담는다.



이렇게 마주들이 고민을 해서 지은 정성에 호응해 ‘이름값’을 한 경주마들이 많다. 부경경마공원에서 활약했던 당대불패는 이름처럼 현역으로 뛰는 동안 적수가 없는 천하무적의 실력을 과시했다. 대통령배와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 경상남도지사배 대상경주를 비롯해 3세 시절 출전한 모든 일반경주에서 우승했다. 이후에도 뚝섬배, 오너스컵 등 대상경주를 우승했다. 특히 대통령배는 3연패라는 기록을 남겼다.

역대 ‘최강 암말’로 꼽히는 불리는 감동의바다도 이름처럼 팬과 마주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경주마로서 신인이라 할 수 있는 3세 때, 최고 경주인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그랑프리 경주에서 최근 20년 동안 암말로는 유일하게 우승을 한 기록이다. 한국경마가 전산화된 1985년부터 따져도 6필 밖에 되지 않는 암말 우승자 중 하나다.



그런가 하면 돌콩은 경매 당시 체구가 작고 인기가 없어 마주가 강하고 끈기 있는 경주마로 성장하길 바라며 이름을 지었다. 지금은 한국 경주마 최초로 ‘두바이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명마로 성장했다.

이밖에 요즘 활약이 눈부신 어마어마, 부산경남 경마공원의 1400m 신기록을 세운 쏜살도 이름값하는 경주마라 할 수 있다.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으로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동반의강자는 원래 동방의강자로 마명을 등록하려다 오타로 지금 이름이 되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름을 보면 마주와 혈통이 보인다
마주의 개성이나 철학을 담은 마명도 많다. 슈퍼삭스, 아이언삭스 등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삭스라는 이름이 붙은 18두의 경주마가 있다. 양말전문기업 대표인 김창식 마주는 양말과 경주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결합해 이름을 짓기로 유명하다. 갓오브삭스, 핵삭스처럼 기대를 담은 이름이 있는가 하면 플로리다삭스, 오클랜드삭스 등 경주마의 산지를 붙이기도 한다. 지자체가 마주인 경우 지역의 이름이 붙는다. 이천시청의 이천쌀, 영천시청의 최강영천은 이름만 들어도 어느 지자체인지 알 수가 있다.

마주의 남다른 신념이나 소망을 담은 마명도 있다. 16회 출전해서 8번을 우승한 독도지기는 우리 땅 독도를 지키고픈 마음을 담은 마명으로 황영금 마주의 말이다. 독도사랑도 지난해 6월 서울 경마공원에서 데뷔했다. 황영금 마주는 나라사랑의 마음을 마명에 담고 있다. 얼마 전 경주마에서 퇴역해 승용마로 새롭게 출발한 광복칠십 역시 황영금 마주와 남편인 고 이수홍 마주가 아끼던 말이었다.



황영금 마주는 27년 동안 마주활동을 해온 최고령 원로이자 말 사랑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유명한 존경받는 마주다. 말이 가족과 같아서 평소 가족회의를 통해 이름을 짓는다고 한다. 황영금 마주는 “남편이 생전 남북통일이나 독도문제 등에 관심이 많았고, 나라사랑에 큰 뜻을 가져 말 이름에 우리의 염원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들 부부는 경주마 백광의 이름으로 기부활동도 해 국내 최초로 동물명의 기부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인 만큼 잘 달리는 부마의 이름을 따라 짓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이름에 메니가 들어간 경주마들은 모두 최강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들이다. 티즈라는 단어가 들어간 경주마들은 미국 유명 씨수말 티즈나우의 피가 섞였을 가능성이 높다. 티즈플랜의 경우 부마인 티즈나우와 모마인 어뮤징플랜의 이름을 조합해 지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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