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리포트] “상식적으로 가능했던 운용” 한화의 순수 야수 2명 마운드행에 얽힌 이야기들

입력 2021-04-11 1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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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49) 감독. 사진|스포츠동아DB

“상식적으로 가능했던 운영이다.”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49) 감독은 11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야수 2명을 마운드에 올렸던 전날(10일) 경기(1-18 패)를 돌아보며 소신을 밝혔다.

상황은 이랬다. 수베로 감독은 전날 1-14로 뒤진 9회 내야수 강경학을 마운드에 올렸고, 이닝을 쉽사리 끝내지 못하자 외야수 정진호까지 등판했다. 한 경기에 야수 2명이 마운드에 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야구 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한 팀에서 야수 2명이 등판한 사례는 KBO리그 역대 3번째인데, 종전 사례는 1985년 4월 17일과 5월 15일 MBC 김정수와 안언학이 각각 해태, OB전에 등판한 것이다. 그러나 김정수와 안언학은 그해 투수로 60이닝(김정수), 15이닝(안언학)을 소화했던 터라 순수 야수 2명이 마운드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규시즌 경기를 너무 쉽게 경기를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11일 경기를 앞두고 수베로 감독의 입에 관심이 쏠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수베로 감독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변을 이어갔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어제와 같은 경기에서 강재민, 김범수, 김진영 등 필승계투조를 쓸 수 없는 상황이다. 다음날 경기가 있었고, 점수 차도 커서 불펜을 아껴야 했다”며 “향후에도 불펜을 아끼기 위해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어 “1-14를 뒤집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냐”며 “(11일) 카펜터가 선발등판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그런 운영은 가능했다. 매 경기를 접전으로 치를 수는 없다. 시즌은 길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렇다면 많은 야수들 중 강경학과 정진호를 선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수베로 감독은 먼저 선수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결정을 내렸다. 그는 “사실 가장 두려운 게 부상이었다”며 “야수들 몇 명에게 ‘투수 경험이 있냐’고 물었고, 강경학과 정진호, 최재훈이 ‘가능하다’고 했다. ‘무리하지 말고 스트라이크만 던지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강경학은 “어깨는 아주 멀쩡하다. 감독님께 ‘가운데 던질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며 “중학교 이후로 투수는 안 해봤다. 투수를 아끼기 위한 선택이었기에 ‘필요하다면 하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에피소드도 있었다. 이날 강경학의 직구 최고구속은 140㎞까지 나왔다. 수베로 감독은 경기 후 강경학에게 “다음에는 그리 세게 던지지 말라”고 했다. 강경학은 “언제 올라가서 던져보겠나 싶어 흥분한 측면이 있다. 오히려 제대로 못 던져서 미안했다”며 “좋은 추억을 남겼고, 수비를 할 때도 투수의 마음을 이해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본래 포지션이 야수라서 그런지 타구에도 반응하게 되더라. (정)진호 형은 이닝을 마무리하고 투수 기념구까지 챙겼더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적장인 두산 김태형 감독도 불펜을 아끼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는 “점수 차가 큰 상황에서 필승계투조가 마운드에 오르지 못할 수 있다. 우리도 그럴 수 있다”며 “그런 상황이 되면 야수가 올라가서 던져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선 오재원이 ‘내가 가장 먼저 나가고 싶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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