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운 태극낭자들의 눈물…꼭 지켜져야 할 정몽규 회장의 약속

입력 2021-04-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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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대표팀.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올림픽을 향한 한국여자축구의 꿈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콜린 벨 감독(잉글랜드)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13일 쑤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플레이오프(PO) 중국과 원정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2-2로 비겨 올림픽 본선행 좌절을 맛봤다.

홈 1차전에서 1-2로 패한 대표팀은 “전쟁에 임한다”며 의지를 다졌고, 그 결과 정규 90분을 2-1로 마쳐 승부를 연장으로 승부를 이어갔다. 연장 전반 막판 통한의 실점이 아니었다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도 있었다.

3월의 한국축구는 우울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끈 남자대표팀은 10년 만에 펼쳐진 일본 원정 평가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오랜 라이벌에게 시종 무기력한 플레이를 거듭하는 모습에 팬들은 크게 분노했다.

이를 여자대표팀이 일정 부분 만회했다. 우리 여자축구에 중국은 ‘천적’이다. 13일 경기까지 포함해 4승6무29패로 절대열세다. 여자축구 한·중전에서 승리한 기억도 2015년 8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당시의 1-0 승리가 마지막이다. 그럼에도 강한 투혼과 정신력으로 적지에서 중국을 괴롭혔다. 아팠어도 슬프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여자축구는 여전히 외롭다. “A매치가 꾸준히 마련됐으면 한다”는 선수들의 소박한 바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벨 감독의 대표팀도 중국과 PO 이전까지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2019년 12월 부산에서 개최된 EAFF E-1 챔피언십 이후 오랜 공백이 이어진 끝에 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려있던 외나무다리 승부에 나섰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상당했다. 하늘길이 막혀 해외 평가전 섭외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여자축구는 늘 뒷전이었던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시대에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순수 친선경기도 2019년 10월 미국 원정이 마지막이다.

벨 감독은 중국전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열정만으로 해결될 부분이 아니다. 꾸준한 실전 기회가 주어지고 경험이 계속 쌓여야 한다. 한국의 공세를 침착하게 버티며 위기를 극복한 중국과 차이가 여기에 있었다.

더욱이 여자축구는 큰 과제를 앞두고 있다. 세대교체다. 혜성처럼 등장해 2010년 연령별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30대 초·중반의 ‘골든 제너레이션’ 베테랑들과 이별할 시간이 정말로 머지않았다. 누군가가 그 자리를 메워야 하는데, 선배들을 능가하는 번뜩이는 재능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제54대 대한축구협회장 임기를 시작한 정몽규 회장은 “지구촌 축구의 화두이자 블루 오션인 여자축구에 적극 투자해 발전의 전환기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남아선 곤란하다. 정성과 관심, 지원 없이 성과를 기대할 순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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