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손잡은 패션플랫폼, 1위 무신사 넘을까

입력 2021-04-20 17: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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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가 W컨셉,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인수하는 등 온라인 패션플랫폼이 e커머스 시장을 선점하려는 대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뜨고 있다. 대기업과 손잡은 패션플랫폼이 리딩 업체인 무신사를 넘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지그재그 모델 윤여정(위쪽)과 무신사 모델 유아인. 사진제공|지그재그·무신사

W컨셉 품은 신세계, 지그재그 품은 카카오
SSG닷컴, W컨셉 지분 전량 양수
카카오·지그재그 합병, 7월 출범
빅데이터 적용해 시장 선점 나서
온라인 패션플랫폼(이하 패션플랫폼)이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을 선점하려는 대기업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패션플랫폼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소비자와 패션쇼핑몰을 연결하는 플랫폼 제공사를 말한다. 주요 업체로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 W컨셉, 브랜디 등이 있다. 각 플랫폼마다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 2030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충성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신세계는 W컨셉, 카카오는 지그재그 품어

유통 강자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은 1일 패션플랫폼 W컨셉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아이에스이커머스가 보유한 W컨셉의 지분 전량을 양수하는 주식매매 본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는 2000억 원 중후반대로 알려졌다. 인수 후 핵심 경쟁력 유지를 위해 기존 전문인력을 승계하는 등 플랫폼을 이원화해 운영한다. 입점 브랜드들이 신세계가 보유한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선보일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통합 마케팅도 추진한다. 체계적인 물류시스템을 접목해 배송 효율성도 높일 계획이다.

카카오는 14일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패션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한다고 밝혔다. 7월 1일 출범하는 합병법인은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되고 대표는 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가 맡는다. 합병법인은 지그재그가 보유한 패션 빅데이터와 카카오의 기술력을 결합하고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할 예정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패션플랫폼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낳은 비대면 소비 트렌드의 영향으로 온라인 패션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각 패션플랫폼별 2020년 연간 거래액을 살펴보면 1위 무신사가 1조2000억 원, 지그재그 7500억 원, 에이블리 3800억 원, W컨셉 3000억 원, 브랜디 3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위 5개 패션플랫폼의 총 매출이 3조 원대에 이른다.

패션 환경이 바뀐 것도 패션플랫폼의 인기에 한몫 했다. 전에는 고객이 직접 특정 브랜드의 상품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패션플랫폼이 단순 판매를 뛰어넘어 유행을 선도해 주요 고객층이 즐겨 사용하는 플랫폼에 패션업체가 입점하는 형태로 변모했다. 대기업들도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키우는 것보다 이미 충성고객을 확보한 곳을 인수하는 편이 사업 확장과 글로벌 진출에 더 효율적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W컨셉·지그재그, 1위 무신사 넘을까

이제 관심은 대기업과 손잡은 패션플랫폼이 현재 리딩 업체인 무신사를 넘어설 수 있을지다. 업계에서는 신세계와 카카오 등 대기업의 유통 노하우와 기술력이 패션플랫폼의 빅데이터와 만나면서 공격적인 시장 확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 유행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패션플랫폼이 대기업 영향권에 들어가면 전처럼 신속한 시장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젊고 독특한 감성을 지니고 있던 패션플랫폼이 대기업 이미지에 가려져 본래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취향에 따라 특정 패션플랫폼을 이용하는 경향이 큰 만큼 포지셔닝을 어떻게 하느냐가 충성 고객 확보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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