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도 파운드리 참전…총성 없는 전쟁이 치열해진다

입력 2021-04-22 17: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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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 1, 2위 기업인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에 나섰고, 미국의 종합반도체기업(IDM) 인텔도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여기에 SK가 파운드리 사업 강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SK “투자를 많이 할 생각”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파운드리 투자 확대를 언급했다. 박 사장은 “국내 팹리스(생산 시설 없이 반도체 설계와 판매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 사이에 TSMC 기술 수준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다”면서 “여기에 공감하고, 삼성도 파운드리를 하지만 우리도 투자를 많이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도 맡고 있다. 박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파운드리 투자 확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DM인 SK하이닉스는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아직 비중은 크지 않다. 박 부회장의 이날 발언으로 업계 일각에선 SK가 파운드리 업체를 인수하거나 투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모기업인 SK텔레콤이 발표한 기업분할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탠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공정거래법으로 인해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다. 기업분할 후 신설되는 투자전문 중간지주사를 중심으로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 SK텔레콤의 계획이다.
SK가 파운드리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그만큼 이 분야의 중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로부터 제조를 위탁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을 말한다. 자동차로 시작해 가전, 모바일로 확산된 반도체 공급부족 해결을 위해선 첨단 미세공정 기술력을 갖춘 파운드리가 필요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6% 가량 커진 896억 달러(약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기존 강자들도 대규모 투자한다

전 세계적 반도체 공급부족과 국가 간 패권 경쟁으로 파운드리 시장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다. 글로벌 기업들은 잇달아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애플 등 고객사 이탈로 위기를 맞은 인텔은 파운드리 분야로 외연을 넓힌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독립 사업부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를 설립하고, 200억 달러(약 22조 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 주에 두 개의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기존 파운드리 강자들도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TSMC는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3년 동안 1000억 달러(약 113조 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투자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른다는 비전을 2019년 선포한 바 있다. 총수 부재 등의 상황으로 계획이 늦춰지고는 있지만 17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투자도 조만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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