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0승’ 줄리 크론, 강철의 여성 기수

입력 2021-04-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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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새겨진 최초·최고 여성 경마인들

美 여성 기수 첫 트리플크라운 우승
블랙모어, 英 그랜드 내셔널 첫 우승
11년차 이신영 조교사 ‘탑3’급 성적
경마는 여러 스포츠 중에 남녀가 같은 조건에서 참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종목 중 하나이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이 가진 기량만으로 겨루다 보니 경마에는 남자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기록을 세운 여자 경마인들이 적지 않다. 특히 그들의 ‘이야기’는 단지 과거의 ‘전설’에 머물지 않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미국 트리플크라운 시리즈 최초 여성우승자인 줄리 크론(사진), 한국 경마 최초 여성 조교사 이신영, 영국 그랜드 내셔널 대회 최초 우승 여성기수 레이첼 블랙모어. 이들은 여성 경마인으로서 역사가 기억할 최초, 최고의 승부를 썼다. 사진제공|브리태니커



미국 사상 최고의 여성 기수 줄리 크론

줄리 크론은 지금까지 3700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며 사상 최고의 여성 더러브레드 경마 기수로 꼽힌다. 그는 미시간 주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부터 말을 타기 시작했다. 14살 때 당시 최연소로 미국 트리플 크라운 경주에서 우승한 스티브 코우덴을 본 후 기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993년 기수로 데뷔한 그의 기수 커리어 중 가장 돋보이는 기록은 벨몬트 스테이크스에서 ‘콜로니얼 어페어’와 호흡을 맞춰 우승해 미국 트리플 크라운 대회에서 우승한 첫 여성 기수로 이름을 남긴 것이다. 2000년에는 여성 기수로는 최초로 미국 경마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다.

1999년 심한 척추부상을 입고 은퇴해 한동안 경마 해설자로 활동했으나 2003 년 미국 최고의 경주 중 하나인 브리더스컵에 출전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브리더스컵 쥬버나일 필리스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지금도 줄리 크론은 경마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더러브레드 관련 사업과 강연, 클리닉, 과외 등 경마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인 기수 페린 피터슨의 에이전트를 맡아 후진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영국 그랜드 내셔널 대회 최초 우승 여성기수 레이첼 블랙모어. 사진출처|그랜드 내셔날



영국을 놀라게 한 첫 여성 기수 우승

10일 영국 리버풀의 에인트리 경마장에서는 놀라운 이변이 벌어졌다.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경마대회 중 하나인 그랜드 내셔널(Grand National) 대회에서 최초의 여성 기수가 우승했다. 주인공은 아일랜드 출신의 레이첼 블랙모어.

블랙모어는 2015년부터 프로기수로 활약했다. 2018∼2019년 시즌에는 아일랜드 점프 경주에서 다승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의 그랜드 내셔널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랜드 내셔널 경주에 여성 기수가 참가할 수 있던 것은 1975년 영국에서 제정된 성차별법이 발효된 이후부터다. 하지만 1977년부터 이 대회에 참가한 여성기수는 19명에 불과했다. 총 경주 길이 약 7000m에 30개의 덤불 펜스를 넘는 장애물 경주인 그랜드 내셔널은 매년 40명이 참가하지만 완주율이 매우 낮기로 악명 높은 대회다.

올해 그랜드 내셔널은 영국 ITV1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는데, 추정 시청자가 800만 명에 달했다. 대회의 영국 베팅 매출도 1억 파운드(약 1550억 원)를 넘은 것으로 추산됐다. 이러한 빅매치에서 당당히 우승한 레이첼 블랙모어는 우승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거 같다. 인간이란 느낌도 들지 않는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감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한국 경마 최초 여성 조교사 이신영.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한국 경마 첫 여성 조교사 이신영
한국 경마 최초의 여성 조교사. 언제나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다. 올해로 11년차에 접어든 이신영 조교사는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에서 여전히 주목할 성적을 내고 있다. 최근 1년을 기준으로 승률 15%를 넘나들며 탑3급 성적을 기록하고 있고, 복승률도 23%로 10위권 내를 유지하고 있다.

기수부터 조교사까지 꾸준히 한국 경마와 함께한 그는 최초라는 타이틀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일까. 이신영 조교사는 “최초의 여성 조교사라는 부담보다는 내가 잘해야 후배들이 또 이 길을 걸을 수 있을 거라는 책임감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도전 정신과 꾸준한 공부를 토대로 경마계에서 다방면으로 활약할 수 있는 여성 후배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선배로서의 소망도 밝혔다.

이신영 조교사는 최근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경마팬과 소통하고 경마산업 준비생을 위한 팁, 조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궁금증, 소소한 일상 등을 담은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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