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광폭행보’…재계 소통창구 역할

입력 2021-05-20 16: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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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최태원 SK회장과 함께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는 국민들의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위해 공급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 회장은 21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회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미국에서 백신은 물론 최근 전 세계적으로 패권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외교협력에 나설 예정이다. 최 회장은 국내에서도 정부, 정치권과의 만남을 이어가며 경제계의 의견을 전달하는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사절단으로 방미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미국으로 향했다. 사절단에는 최 회장 외에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등이 함께했다. 대한상의 수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은 4대 그룹 중 전문 경영인이 아닌 총수로서는 유일하게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최 회장은 미국 정·관계, 재계 인사들을 만나 경제 외교를 벌일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이번 경제사절단과 관련해 한미 관계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8일 최종현학술원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미동맹 특별 공동보고서 발간을 기념해 열린 세미나에서 “사회, 환경, 공공재에서 측정 가능한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한미관계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와 바이오 성과 주목

이번 경제사절단에서 최 회장의 역할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SK그룹이 한미정상회담의 경제 분야 주요 의제로 꼽히는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분야에서 모두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SK하이닉스,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 바이오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분야는 배터리다. 배터리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이뤄지면서 반도체와 함께 국경 없는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마친 뒤 귀국길에 앞서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SK이노베이션 공장을 둘러보기로 한 것도 차세대 먹을거리인 배터리 분야의 중요성을 감안한 행보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연간 43만 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1, 2공장을 건설·가동 중이다. 또 3조 원 규모의 3, 4공장 추가 건설도 검토 중인데, 최 회장의 이번 방미를 계기로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20일 로이터 등 외신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의 완성차 업체 포드와 전기차용 배터리셀을 생산하기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요성이 커진 바이오 분야 협력도 관심을 모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계약하는 등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방미길에는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정치권과의 가교 역할

최 회장은 국내에서도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정·관계 인사들을 연이어 만나며 정부 및 정치권과의 가교 역할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국회를 찾아 박병석 국회의장 및 여야 지도부를 예방했다. 최 회장은 이날 “대한상의를 비롯한 재계도 포스트 코로나,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어떻게 나라의 발전과 경제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 16일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환경에선 정부와 경제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금은 변화와 기회의 시대를 맞아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개별 기업의 대응은 한계가 있다”며 “국가 차원의 대응, 정부와 경제계 간 협업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모임을 주도하는 등 맏형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 3월 말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함께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퇴임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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