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야금야금 ERA 1위’ 두산 로켓, 대체 네 매력이 뭐니

입력 2021-06-0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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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로켓.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는 단연 우완 외국인투수 워커 로켓(27)이다. 지난 2년간 나란히 20승을 거두며 팀을 지탱했던 조쉬 린드블럼과 라울 알칸타라(한신 타이거즈) 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빠른 적응력과 안정감 넘치는 투구로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로켓은 올 시즌 10경기에서 7차례의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포함해 5승3패, 평균자책점(ERA) 1.91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ERA 부문 단독선두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1.32)과 피안타율(0.255), 삼진(47개) 등의 세부지표가 압도적이라고 볼 순 없지만, 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커브의 피칭메뉴를 적절히 살려 아웃카운트를 늘린다. 상황에 따라 커터를 곁들이며 상대 타자의 노림수를 빼앗기도 한다.

로켓의 진가는 땅볼유도능력이다. 주무기인 싱커와 체인지업의 탁월한 커맨드를 앞세워 최상의 결과를 내고 있다. 뜬공(40개)의 2.23배에 달하는 땅볼(89개)의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두산의 탄탄한 내야수비를 더하니 위력이 극대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힘으로 찍어 누르지 않아도 충분히 아웃카운트를 늘릴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비교적 낮은 9이닝당 삼진(6.90개)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초반에는 단조로운 투구 패턴에 따른 우려도 따랐다. 가장 구사 비율이 높은 싱커(47%)와 체인지업(34%)이 모두 우타자의 몸쪽으로 휘는 궤적의 구종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태형 두산 감독은 “로켓이 가지고 있는 구종이면 단조롭다고 볼 수 없다. 직구가 시속 150㎞ 이상 나오는 데다, 체인지업의 움직임도 훌륭하다. 공에 힘이 있어 타자들이 콘택트하기 쉽지 않다”고 적극 옹호했다.

그러면서도 “이기고 있을 때 빠르게 카운트를 잡고 가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공이 높거나 몰린다. 그러다 보니 카운트 싸움에서 밀린다”고 경기운영 측면에선 한 단계 더 발전하길 바랐다.

로켓은 김 감독의 조언 이후 4경기에서 모두 QS를 작성하며 3승(1패)을 챙겼고, 25이닝 동안 3점만을 허용했다(ERA 1.08). 최근의 투구만 놓고 보면, 안정감 측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더스틴 니퍼트, 린드블럼, 알칸타라와 이들을 뒷받침하던 세스 후랭코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크리스 플렉센(시애틀 매리너스)이 모두 수준급의 기량을 보여줬기에 ‘두산 에이스’의 무게감은 엄청나게 올라갔다. 팬들의 눈높이도 마찬가지다. 로켓이 시범경기에서 부진하자 불안감이 커졌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우에 불과했다. 로켓은 기존의 에이스들과 다른 방법으로 살아남고 있다. 맞혀 잡는 유형의 투수가 경기운영능력을 장착하면 이렇게 무서워진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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