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리포트] 13년만의 번트안타·미팅 소집…LG 캡틴, 이러니 최고의 리더

입력 2021-06-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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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5회말 2사 LG 김현수가 중전 안타를 치고 1루에서 기뻐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통산 1588경기를 소화한 리그 최고 타자의 개인 2호 번트안타. 이에 그치지 않고 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경기 중 미팅 소집. ‘캡틴’ 김현수(33·LG 트윈스)의 리더십이다.

2일 잠실 KT 위즈-LG전. LG가 3-5로 뒤진 3회말 1사 1루, 김현수는 KT 선발 배제성의 초구를 상대로 배트를 내렸다. 가볍게 맞은 타구는 텅 빈 내야로 향했고, 배제성이 잡은 뒤에는 이미 주자 모두 세이프된 상황이었다. 3루수가 제 위치에 있었다면 쉽게 처리할 타구였지만 3루수 황재균은 2루 바로 옆, 유격수를 비롯해 2루수와 1루수는 이미 우측 내야에 포진한 상태였다. 극단적 시프트를 깬 것이다.

2006년 두산 베어스에서 데뷔한 김현수의 개인통산 2호 번트안타였다. 두산 시절인 2008년 5월 29일 잠실 LG전으로부터 4752일, 개인 1431경기·6134타석만의 기록이다. 당시 번트안타를 내준 투수가 김재현, 출루한 김현수를 불러들인 타자가 김동주였던 사실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까마득한 때의 일이다.

김현수를 상대로는 크고 작은 시프트가 이전부터 꾸준히 걸려왔다. 최근 KBO리그에 극단적 시트프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김현수가 안타를 칠 공간도 더 좁아졌다. 단순히 접근하면 왼쪽 내야가 비어있기 때문에 툭 밀어서 번트안타를 때린다면 가볍게 1루로 출루할 법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빈 곳으로 노려 친다면 좋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스윙을 하는 타자가 더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자신의 철학을 깨고 결과를 만들어냈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무득점에 그쳤지만 후배들의 투지를 깨우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5-5로 맞선 7회말 공격을 앞두고는 미팅까지 소집했다. 후배들은 김현수의 단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캐치하며 의욕을 불살랐다. 그리고 LG는 8회말 비로소 역전에 성공해 6-5 승리를 거뒀다. 극적인 뒤집기를 오롯이 김현수 미팅 효과로만 볼 수는 없지만, 쉴 틈 없이 벤치를 오간 캡틴의 발걸음만큼은 충분히 빛났다.

김현수는 여전히 팀은 물론 리그 최고의 타격기계로 꼽힌다.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LG 선수 중 최상위권에 올라있다. 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리더십이라는 툴까지 갖췄다. 김현수 리더십은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WAR), OPS(출루율+장타율) 등 지표에 포함되지 않는, 플러스알파다. 김현수는 이미 LG를 바꿨고, 더 많은 것을 바꾸기 위해 분주하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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