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비대면, 원격…그래도 살아 숨쉬는 국가대항전이 참 반갑다

입력 2021-06-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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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후원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에서 권창훈이 세 번째 골을 성공시킨 후 손흥민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고양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을 향한 긴 여정을 재개했다. 대표팀은 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4차전 투르크메니스탄전(5-0 승)을 시작으로 스리랑카(9일)~레바논(13일)과 차례로 격돌한다.


물론 대회 형태부터 비정상적이긴 하다. 익숙한 홈&어웨이가 아닌 탓에 많이 낯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고 원정이 어려워지자 아시아축구연맹(AFC)은 회원국들의 월드컵 2차 예선 유치 의향을 확인했고, 대한축구협회(KFA)가 정부의 협조를 구해 국내에서 H조 잔여경기를 치르게 됐다.


외출·외박이 통제되고 외부이동이 철저히 금지된 ‘코로나19 버블’ 형태로 원정 스케줄을 소화하는 다른 3개국 선수단처럼 우리 대표팀도 외부와 접촉을 최소화한, 평소와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다.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도 사실상 거대한 버블처럼 운영되고 있다.
에이전트, 가족·친지와 짧은 만남조차 불가능하고 동료들과 삼삼오오 짝지어 방문하던 NFC 인근 커피숍 출입도 어렵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원활한 예선 운영을 불가피한 조치다.


미디어의 전통적 취재환경도 달라졌다. A대표팀이 소집되면 늘 진행되던 취재일정이 전부 지워졌다. 기자들도 외부인이라 NFC 출입은 금지된다.

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후원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거리두기를 지키며 관람하고 있다. 고양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그 대신 유튜브 채널이 활성화됐다. 소집 기간 중 KFA는 매일 대표선수 한두 명씩을 카메라 앞에 앉힌다. 실시간 질의응답은 계정에 사전 초대된 기자들이 댓글로 질문을 남기는 형태로 이뤄진다. 생생한 훈련 모습은 KFA가 제공하는 영상과 사진에 의존한다.


경기 당일에도 선수단과 만남은 완벽히 차단됐다. 경기장 인터뷰룸(기자실)은 폐쇄되고, 선수들과 기자들이 뒤섞이는 유일한 공간인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도 운영되지 않는다. 감독들과 지정선수 1명이 유튜브 채널로 소통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이렇듯 익숙한 행위들을 해선 안 되고, 항상 하던 것들을 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솔직히 많이 아쉽다. 몸은 편한데 허전한 마음이 더 크다. 그러면서도 반갑다. 우리 곁에 A매치를 포함한 각급 대표팀의 축구가 되돌아왔다는 것은 정말 흐뭇하다.


다행히 관중들도 태극전사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경기당 4000명씩 입장한다. 비록 많은 숫자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의 붉은 기운과 강렬한 에너지를 그라운드에 전달하기에는 충분하다.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작은 출발점. 살아 숨쉬고 생동감 넘치는 우리나라에서의 축구국가대항전이 참 반갑다.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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