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빈 ‘도장깨기’…이제 정종진만 남았다

입력 2021-06-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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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 최강자 정종진(왼쪽)과 ‘괴물 신인’ 임채빈. 5월30일 광명 슈퍼특선급 결승에서 정하늘 성낙송 등을 제치고 승리한 임채빈의 페달은 이제 최강자 정종진을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 사천왕’ 성낙송·황인혁에 이어 정하늘까지 격파

5월 30일 선행 독주로 정하늘 제쳐
임채빈 vs 정종진 매치업 기대감 업
팬들, 두 선수 가상대결에 설왕설래
수도권-충청권 연대가 승부의 변수
“임채빈의 페달은 이젠 정종진을 향해서 힘차게 달리고 있습니다!”

5월 30일 광명 결승에서 임채빈(25기 S1 수성 30세)의 경주를 중계하는 김찬호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한껏 흥분되어 있었다.

임채빈이 이날 슈퍼특선급 정하늘(21 기 동서울 31세)과 격돌한 경주에서 수도권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5대2의 수적 불리함을 겪으면서도 폭발적인 선행으로 독주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정하늘은 3월 14일 경주에서 슈퍼특선급 성낙송 (21기 상남 31세) 황인혁(21기 세종 33세)이 임채빈 뒤를 차례로 추주하고도 차신을 좁히지 못하며 완패했던 결과를 분석한 듯, 이날 임채빈 뒤를 공략하는 정공법 대신 임채빈 앞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변칙 작전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상대방을 윽박지르는 한 템포 빠른 선행승부 앞에서 준비했던 전략은 수포가 됐다. 이날 임채빈의 200m 랩타임 기록은 무려 10초60. 지금까지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200m 선행 최고 시속으로 레이스를 주도했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도 종속이 전혀 떨어지지 않은 채 막판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대단했다.

임채빈은 이렇게 현재 경륜 랭킹 2∼4위인 황인혁 정하늘 성낙송을 선행승부로 차례차례 완파하며 ‘도장깨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 남은 상대는 현 경륜 챔피언 정종진(20기 김포 34세)이다.

예년 같으면 이달 말 펼쳐지는 상반기 왕중왕전에서 두 선수의 대결이 성사됐겠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개최가 어려운 상황이라 많은 전문가와 경륜 팬들은 둘의 가상대결을 그리며 설왕설래하고 있다.

수도권-충청권 연대, 임채빈에게 통할까
정종진의 승리를 예상하는 쪽은 전무후무한 그랑프리 대상경륜 4연패 및 경륜 최다 50연승의 기록을 세운 관록과 수도권-충청권의 든든한 아군을 꼽는다. 경륜은 개인종목이지만 지역별로 나뉜 훈련팀 간의 연대를 통한 윈-윈 전략을 무시할 수 없다.

두 선수는 결승에 가야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데 금요일 예선, 토요일 준결승에서 경상권 선수들이 줄줄이 탈락하면 임채빈은 홀로 나서게 되고, 초주 자리를 못 잡으면 천하의 임채빈도 선행 타이밍을 잡기 어렵거나 성급히 치고 나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임채빈이 지금까지 보여준 괴력의 선행력과 시속의 절대적 우위라면 수도권-충청권 연대를 깰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은 수도권-충청권 선수들이 경상권 선수들을 철저히 견제했지만 임채빈이 함께 출전하는 경기에서는 맹목적으로 정종진 편에만 설 수 없다는 얘기다.

정종진이 2019년 그랑프리 결승에서 우군으로 생각했던 동서울팀 정해민 정하늘 신은섭이 반기를 들자 힘겨운 승부 끝에 가까스로 4연패에 성공했듯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으로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예상지 ‘경륜박사’의 박진수 팀장도 임채빈이 연대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경륜에서 연대는 합법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지지만 조력행위는 엄연히 금지되어 있다. 지금까지 정종진 앞에서 선행을 했던 선수들도 희생만 강요당하지 않았다. 정종진의 도움으로 나름의 성과를 챙겨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임채빈을 만났을 때 그의 선행 타이밍을 뺏기 위해 본인의 성적을 포기한 채 정종진 앞에서 무작정 내달릴 수는 없다. 자칫 무모한 선행 이후 하위권으로 크게 뒤처지면 조력행위에 의한 실격처리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정종진과 임채빈이 실전에서 맞닥뜨리게 되면 수도권-충청권 선수들은 각자도생하거나 방관자에 머물 가능성이 있고 오히려 상대 견제에 능한 경상권 성낙송 박용범 (18기 김해 34세)이 임채빈의 뒤를 바짝 추주하면서 정종진을 난처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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