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권력 MZ세대’ 공정성 어긋나면 외면

입력 2021-06-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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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 실패한 무신사·아워홈·GS리테일 CEO 줄줄이 교체

윤리적 물의 땐 곧바로 불매운동
ESG경영도 매출에 직접적 영향
지배구조 개선·이미지 쇄신 올인
윤리경영 실패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유통가 CEO들이 잇달아 물러나고 있다. 자숙 명목으로 경영에서 잠시 물러났다가 논란이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복귀하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상향된 소비자 윤리의식 수준이 제대로 반영됐다는 평가와 함께 대체재가 많은 유통업계 특성상 불매운동으로 번질 우려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무신사·아워홈·남양유업 CEO 사퇴
온라인 패션플랫폼 무신사의 창업자인 조만호 대표가 대표적이다. 3일 남녀 쿠폰 차별 지급과 이벤트 이미지 속 남성혐오 논란에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 회사는 3월 여성 고객 전용 할인 쿠폰 발행, 4월 이벤트 이미지 속 손 모양이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표방한 여성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와 유사하다는 지적과 함께 일부 남성 고객들의 반발을 부른 바 있다.

조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지만 이사회 의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꼼수 퇴진’ 논란도 일고 있다. 실무에서만 물러나고 여전히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범LG가(家) 식자재업체 아워홈에서는 ‘남매의 난’이 일어나 장남 구본성 부회장이 해임되고, 신임 대표이사에 삼녀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구 부회장이 지난해 9월 서울 강남 학동사거리 인근에서 보복운전에 따른 특수재물손괴와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3일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이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 발표로 물의를 일으킨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사퇴에 그치지 않고 회사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또 이벤트 포스터 남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던 GS리테일은 조윤성 사장을 비롯해 마케팅 팀장과 디자이너를 중징계했다. 편의점 사업부장과 플랫폼BU장을 겸임하던 조 사장은 1일 편의점 사업부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플랫폼BU장만 맡게 됐다. 해당 포스터 제작을 맡은 마케팅 팀장은 보직 해임됐고, 디자이너 역시 징계를 받았다.

공정성 중시 MZ세대와 ESG경영 영향

윤리경영 실패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유통가 CEO들이 사태를 책임지고 경영권에서 물러나는 이유는 뭘까. 먼저 새로운 소비권력으로 부상한 2030 MZ세대(밀레니엄세대+Z세대)의 성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업의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만큼 윤리경영이 부가적 요소가 아니라 기업의 생사를 결정하는 필수 조건이 됐다는 설명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는 트렌드도 영향을 미쳤다. 윤리·사회적 문제가 발생해 ESG 점수가 낮으면 투자 받기가 어려워져 매출과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경영진 퇴진을 단행한 기업들은 지배구조 및 기업 이미지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로 주인이 바뀐 남양유업은 집행임원제도를 적용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를 추진하기로 했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다. 이사회의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의 책임경영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구지은 아워홈 신임 대표는 훼손된 기업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구 대표는 “과거 아워홈은 바르고 공정하게 회사를 경영하고 항상 한발 앞서가는 회사였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아워홈의 전통과 철학을 빠르게 되살리고, 구성원들이 본인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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