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불매·탈퇴 움직임 확산…궁지에 몰린 김범석

입력 2021-06-20 17:0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난 17일 국내 직책 사임을 발표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

쿠팡의 불매·탈퇴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물류센터 화재 발생을 계기로 쿠팡에 대한 비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쿠팡은 사과문을 내고 유족 평생지원 등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창업자의 국내 직책 사임과 관련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여러 차례 지적된 노동 환경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온라인상에선 쿠팡을 쓰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올해 미국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하는 등 기업이 외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내부적인 운영에 있어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탈퇴’ 인증샷 잇따라

쿠팡 불매·탈퇴 움직임은 17일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일어난 화재로 촉발됐다. 특히 화재 진압을 위해 투입됐다가 실종된 경기 광주소방서 소속 김동식 119구조대장이 화재 발생 사흘째인 19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된 이후 본격화했다.

19일 오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는 ‘쿠팡 탈퇴’가 대한민국 트렌드 순위권에 올랐고, ‘쿠팡 탈퇴’라는 내용의 트윗도 수만 개가 게재됐다. “오늘부로 악덕 기업 쿠팡을 과감하게 버린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쿠팡 탈퇴’ 인증샷을 올리는 네티즌들도 생겨났다.

쿠팡은 이번 화재 사고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쿠팡은 “전문 소방업체에 의뢰해 상반기 정밀점검을 완료했고, 소방 안전을 위해 필요한 추가적 개선 사항을 모두 이행한 상태였다”면서도 “안전을 위한 노력은 끝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18일 강한승 대표 명의의 사과문도 냈다. 다만 일각에선 화재가 일어난 지 하루가 훌쩍 넘어 첫 사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대처가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강한승 대표는 20일 유족을 평생지원하고, ‘김동식 소방령 장학기금’을 만드는 등의 지원책도 발표했다. 김범석 의장도 19일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창업자 국내 직책 사임 발표 시점이 비판 키워

창업자 김 의장의 국내 직책 사임 발표도 비판을 키웠다. 쿠팡은 17일 김범석 창업자가 한국 쿠팡의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상장 법인인 쿠팡아이엔씨의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 의장으로 글로벌 확장에 힘을 쏟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곁들었다.

하지만 시점이 문제였다. 17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 지 5시간 뒤에 이를 발표한 것이다. 쿠팡은 이미 지난달 말 확정된 내용을 이날 발표한 것뿐이고, 화재 사고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를 수습한 뒤에 발표를 했어도 늦지 않았는데, 굳이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이런 발표를 했어야 했냐는 비판이 일었다.

김 의장의 국내 직책 사임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키지 않아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고 규정돼 있다.

일각에선 김 의장이 배송 기사 과로사 문제 등 쿠팡 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이슈를 피하기 위해 국내 직책을 내려놨다고 보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와 외주업체 등에선 지난 1년 동안 노동자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쿠팡은 올해 초 미국 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기업 경영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쿠팡은 중대재해처벌법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발표 시점 탓에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