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 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 축구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탈리아는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잉글랜드와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겼다. 이탈리아는 전반 2분 잉글랜드의 루크 쇼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22분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동점골을 넣어 연장 및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자국에서 열렸던 1968년 대회 우승 이후 무려 53년 만에 유럽축구 정상에 우뚝 섰다.
2000년대 들어 2차례(2000년·2012년)나 결승에 진출하고도 연거푸 준우승에 머물렀던 이탈리아는 이번에는 34경기 연속 무패(27승7무) 행진을 이어가면서 극적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반면 잉글랜드는 ‘축구 성지’ 웸블리에서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제1회 대회가 열린 1960년 이후 61년 만에 처음으로 대회 결승에 오른 잉글랜드는 서독을 꺾고 웸블리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이후 55년 만에 메이저대회 2번째 우승을 노렸지만 물거품이 됐다.
대회 최우수선수상인 ‘플레이어 오브 더 토너먼트’에는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선정됐다. 1996년 대회부터 시상한 이 상을 골키퍼가 받은 것은 돈나룸마가 처음이다. 또 5골씩을 넣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파트리크 쉬크(체코)가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이탈리아의 우승은 드라마틱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던 이탈리아가 3년여 만에 유럽 정상에 우뚝 서며 저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되며 충격에 빠진 이탈리아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57)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재기를 노렸다. 이 선택은 적중했다. 만치니 감독은 그간 대표팀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여러 선수를 테스트해 과감하게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과거 ‘빗장수비’로 불리던 이탈리아 특유의 굳건한 수비는 유지하면서도 공격 루트를 다변화해 다채로운 축구를 펼쳤다.
이탈리아의 전력은 점점 더 강해졌고, 이번 대회를 통해 최강의 위용을 완전히 되찾았다. 3연승(7득점, 무실점)으로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이탈리아는 토너먼트에선 오스트리아(2-1 승)~벨기에(2-1 승)에 이어 스페인까지 승부차기로 따돌리며 A매치 무패행진 신기록을 33경기(27승6무)로 늘렸다. 그리고 마지막 승부에서 잉글랜드를 승부차기로 제치고 53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올랐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