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이동경, ‘운영’ 이강인, ‘관록’ 권창훈…‘김학범호’의 즐거운 2선 고민

입력 2021-07-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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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대표팀 이동경-이강인-권창훈-엄원상(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2020도쿄올림픽에 출전할 올림픽축구대표팀은 ‘남미 강호’에게도 주눅 들지 않았다. 다소 밀렸을지언정 90분 내내 당당히 싸웠고, 거침없이 맞서며 ‘자신감 고취’란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13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아르헨티나와 2-2로 비겼다. 오랜 고민거리인 불안한 뒷문에서 비롯된 아쉬움도 있었지만, 희망적 요소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특히 공격 2선의 퍼포먼스가 좋았다. 한국은 최전방에 이동준(울산 현대)을 세웠지만, 실제로는 주변의 모두가 오르내리며 공격을 전개하는 형태의 ‘제로(0)톱’에 가까웠다. 중심에 이동경(24·울산)이 있었다. 약간의 틈이 열리면 망설임 없이 묵직한 슛을 시도해 상대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었다.

이동준의 뒤를 받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이동경은 0-1로 뒤진 전반 35분 시원한 득점포를 가동했다. 아크 오른쪽 지역에서 벼락같은 왼발 킥으로 골문을 갈랐다. 아르헨티나 특유의 개인기에 어려움을 겪으며 조금은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던 ‘김학범호’가 발톱을 꺼낸 순간이었다.

형이 힘을 내자 후반 초반 교체로 투입된 ‘막내’도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이동경의 역할을 물려받은 이강인(20·발렌시아)은 그라운드를 밟자마자 과감한 킬 패스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압박을 파괴하는 능력도 발군이었다. 그는 도우미의 역할에 그치지 않았다. 후반 35분 아르헨티나 문전 정면에서 날카로운 중거리 슛을 시도하며 “어디서든 자신감을 갖고 (슛을) 때리라”는 벤치의 지시에 100% 부응했다.

이동경과 이강인은 올림픽대표팀에서 치열한 주전경쟁을 펼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둘의 장점은 왼발이다. 특정선수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피하는 김 감독이 “3명의 왼발잡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힐 정도로 빼어난 감각을 자랑한다. 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 역시 이동경의 기량과 이강인의 잠재력을 높이 사고 있다.

올림픽대표팀의 ‘킥 스페셜리스트’는 또 있다. 와일드카드로 발탁돼 생애 2번째 올핌픽 출전을 앞둔 권창훈(27·수원 삼성)이다. 김 감독이 언급한 ‘왼발잡이 3총사’ 중 한 명이다. 왼쪽 윙 포워드에 위치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언제든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할 수 있는 전형적인 멀티 플레이어다. 이날 재간 넘치는 드리블과 한 템포 빠른 패스를 여러 차례 시도해 ‘김학범호’의 역습과 공격전개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1-2로 뒤진 후반전 막판 극적인 동점골을 엮은 또 다른 측면 공격수 엄원상(22·광주FC)도 빼놓을 수 없다. 찬스를 전부 살리진 못했어도 꼭 필요하고 간절할 때 한방으로 패배 위기에 내몰린 팀을 구했다.

출중한 자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건강한 경쟁은 팀을 더욱 단단하고 강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중무장한 ‘김학범호’의 공격 2선은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다. 뉴질랜드와 올림픽 조별리그 B조 1차전(22일·가시마 스타디움)까지 남은 시간, 김 감독은 즐거운 고민에 빠질 것 같다. 올림픽대표팀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최종 리허설을 치르고 17일 출국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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