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들도 푹 빠진 ‘이것’…대체식품이 뜬다

입력 2021-08-11 17: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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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동원 농심 회장.(왼쪽부터)

식물성 재료로 만든 고기·우유·치즈·아이스크림까지
최태원 회장, 대체유 아이스크림 소개
신세계, 대체육 브랜드 ‘베러 미트’ 론칭
농심 베지가든, 너비아니·만두 등 다양
대기업 회장들이 대체식품에 푹 빠졌다. 대체식품은 주로 콩이나 버섯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고기,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 등을 말한다. 특히 대체육의 경우 식물성 재료로 고기와 비슷한 맛, 향, 식감을 느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SK, 해외 투자 방식으로 시장 공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아이스크림, 고기, 우유, 치즈 등 대체식품을 소개하며 “이중 1등은 단연 발효단백질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라고 했다. 이 아이스크림은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애니멀 프리 제품인 ‘브레이브 로봇’으로, 미국 발효 단백질 스타트업 퍼펙트데이의 첫 브랜드다. SK는 지난해 이곳에 약 540억 원을 투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소개한 ‘브레이브 로봇’ 아이스크림. 사진출처|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이처럼 최 회장은 대체식품을 개발하는 주요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최근 중국 식품기업 조이비오 그룹과 1000억 원대 대체식품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미국 대체 단백질 개발사 네이처스 파인드에도 약 290억 원을 투자한 것이 그 예다. SK가 해외투자 방식으로 글로벌 대체식품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최 회장이 직접 인스타그램을 통해 관련 식품 홍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신세계푸드 ‘베러 미트’의 ‘볼로냐’ 콜드컷을 넣은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 사진제공 l 스타벅스

대체식품 직접 개발하는 신세계와 농심

반면 대체식품을 직접 개발해 선보이는 적극적인 방식을 채택한 경우도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대표적으로, 2016년부터 신세계푸드를 통해 대체육에 대한 연구개발을 해왔다. 지속 가능한 미래 식품기업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대체육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세계푸드 ‘베러 미트’ 로고. 사진제공 l 신세계푸드


그 결과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버거를 통해 대체육 너겟인 ‘노치킨너겟’을 판매한데 이어, 최근 대체육 브랜드 ‘베러 미트’를 론칭했다. 첫 제품으로 돼지고기 대체육 햄인 콜드컷을 선보였는데 부드러운 이탈리안 정통 햄 ‘볼로냐’, 다양한 향신료가 어우러진 독일 정통 햄 ‘슁켄’, 고소한 맛의 이탈리안 정통 햄 ‘모르타델라’ 등 3종으로 구성했다. 현재 스타벅스에서 ‘볼로냐’ 콜드컷을 넣은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를 판매 중이다.

7월 1일 회장에 취임한 신동원 농심 회장은 식품산업에서 얻은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군 확장에 속도를 낼 것을 강조했다. 신 회장이 꼽은 주요 신사업이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이다. 농심 연구소와 농심그룹 계열사인 태경농산이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다.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떡갈비, 너비아니 구이, 만두 등으로 구성했다. 대체육 제조기술 중 진보한 공법으로 꼽히는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로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은 물론 고기 특유의 육즙까지 구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농심의 주요 신사업으로 꼽히는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 사진제공 l 농심


ESG경영, 2030 MZ세대, 반려인 겨냥한 행보

그렇다면 대기업 회장들이 직접 나서 대체식품을 챙기는 이유는 뭘까. 이는 전 세계적 트렌드가 된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경영과 연관이 있다. 대체식품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체 단백질은 대규모 동물 사육 없이 혁신 기술로 단백질을 구현하는 만큼 가축을 키우며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여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기업 회장들이 직접 친환경 경영의 일환으로 대체식품을 챙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가치소비를 중시 여기는 2030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합성어)가 주요 소비계층으로 자리 잡은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의 소비트렌드는 일명 ‘미닝아웃’으로 대표된다.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의 커밍아웃(Comingout)을 결합한 신조어로 사회와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대체식품 소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반려가구가 늘어난 것도 대체육 소비 확산에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반려인들의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축 도살 과정이 수반되는 동물성 단백질 소비를 기피하는 경향이 늘었다는 것이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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