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상대로 ‘도장깨기’나선 ‘홀덤 신동’ 조은우 군

입력 2021-08-19 1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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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천초등학교 1학년생인 조은우 군은 성인 플레이어들과 수 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포커페이스에도 능해 ‘홀덤 신동’으로 불린다.

대구에 위치한 홀덤 프랜차이즈 KMGM의 한 매장. 얼마 전 8시간 가까이 진행된 토너먼트 결승 파이널 테이블에서 믿기 힘든 장면이 펼쳐졌다. 심각한 표정의 성인 플레이어들 가운데 앳된 얼굴의 어린 아이가 어른들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주인공은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냉천초등학교 1학년 조은우 군(8)이었다.

보드에 플랍이 깔린 상황에서 “첵” “첵” “벳!”, 앞에서 날아온 오픈베팅에 조 군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콜”을 외쳤다. 보드에는 에이스 한 장과 숫자 7, 8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놓여져 있었다.

네 번째 공유카드인 턴자리에 숫자 제이카드가 깔리고 앞서 오픈베팅을 했던 상대 플레이어가 “3만!”을 외치며 팟사이즈 베팅을 시도했다. 에이스를 가지고 있는 듯 보였고, 연속된 숫자들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리버카드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도가 느껴졌다.

이때 조 군은 무섭게 압박하는 상대를 한번 슬쩍 보더니, 보드를 유심히 내려보고 손을 들어 손가락을 내리며 “올인!”을 외쳤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스트레이트가 메이드 되었다는 확신으로 먼저 베팅한 플레이어의 반응을 지켜봤다. 상기된 얼굴로 한참을 생각하던 상대 플레이어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카드를 던졌다. “폴드”, 올인을 받을 수 없다는 항복 선언이었다.

냉천초등학교 1학년생인 조은우 군은 성인 플레이어들과 수 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포커페이스에도 능해 ‘홀덤 신동’으로 불린다.


여기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무표정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올인을 외쳤던 조 군은 갑자기 방긋 웃으며 자신의 카드를 보여줬다. 3, 3 낮은 핸드 파켓. 소름끼치는 블러프(상대방을 속이는 액션)였다.

당황한 상대방은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블러프 카드를 일부러 보여줘 상대방의 틸트(평정심을 잃은 상태)를 유도한 액션이었다.

‘홀덤신동’으로 불리는 조 군은 최근 KMGM 매장들을 다니며 ‘도장 깨기’를 하고 있다.

“어른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하는 게 좋아요. 앞으로 프로 포커선수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당당하게 장래 희망이 포커선수라고 밝힌 조 군은 지금까지 엄마, 아빠와 함께 여러 대회에 참가했고 우승도 4번이나 한 ‘실력파’다.

“제 플레이 성향은 ‘루즈 어그레시브’입니다. 제가 가진 카드보다는 어른들의 표정을 살피고 포지션과 심리를 이용해 플레이 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홀덤 신동’으로 불리는 조은우(맨 왼쪽) 군의 가족. 가족 모두가 마인드 스포츠 홀덤을 즐기는 ‘홀덤 가족’이기도 하다.


가족과 함께 7살부터 포커를 시작한 조 군은 유튜브를 직접 찾아보며 빠르게 성장했다. 아버지 조승우 씨와 어머니 강현선 씨는 “부부가 게임을 즐기다 수학적인 확률을 계산해야 하고 심리적인 대결도 해야하는 홀덤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거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면서 “그 후로 집에서 아이들에게 조금씩 룰을 알려주면서 아이들과 엄마 아빠 편을 나누어 대결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은우 군은 둘째 아들이다.

“홀덤 게임을 해서 아이들이 이기면 휴대폰 게임을 1시간하게 해주고 엄마 아빠가 이기면 책 1시간 읽는 것으로 홀덤게임을 시작하게 됐다”는 부모는 “처음에는 핸드폰게임을 위해서 엄마 아빠를 이기려하더니 요즘은 은우가 홀덤 자체를 즐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우리나라에 아직 홀덤을 제대로 알려주는 학습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밝힌 조 군의 부모는 주말마다 친구 홀덤 유튜버인 ‘어수TV’와 함께 지방을 순회하며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홀덤을 도박으로 여기고 있지만, 사실 홀덤은 마인드 스포츠”라며 “e스포츠처럼 홀덤도 정식 스포츠로 인정돼 은우가 학교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홀덤을 즐기고, 꿈을 향해 커 나갈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도경 객원기자 revole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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