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인터뷰] 울산 ‘황금콤비’ 이동준-이동경 “올림픽 아쉬움 딛고,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입력 2021-09-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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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이동경(왼쪽), 이동준. 사진제공 | 울산현대

2020도쿄올림픽에서 한국축구의 도전은 8강에서 멈췄다. 동메달 신화를 쓴 2012런던올림픽을 뛰어넘겠다는 힘찬 포부는 물거품이 됐다. 7월 31일 요코하마에서 벌어진 멕시코와 8강전에서 3-6 참패를 당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 곳곳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 때 그곳에는 24세 동갑내기 공격 콤비 이동준과 이동경(이상 울산 현대)도 있었다.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푹 숙인 이들은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정말 서럽게 울었다.


“정말 뚜렷한 목표를 갖고 열정적으로 준비했다. 정말 간절했고, 그만큼 더 울게 되더라. 허탈함과 아쉬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었다. 그 당시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얼마간 회복됐다.”


비록 3년간 가슴 속에 품은 꿈이 사라졌지만, 둘은 최근 한국축구가 발굴한 최고의 보석들이다. 김학범 감독과 함께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둘의 활약은 단연 두드러졌고, 본선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지휘하는 A대표팀에도 일찌감치 발탁됐을 정도로 실력과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상처는 너무 깊었지만, 올림픽은 둘이 껍질을 벗고 한 걸음 도약하는 소중한 계기였다. “좋은 상대들과 높은 수준의 경기를 치렀다. 열심히 부딪히면서 자신감이 더 생겼다”는 이동준의 얘기에 이동경은 “공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게 됐고, 플레이의 완성도까지 고민하게 됐다. 책임감이란 축구 외적인 성장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울산 이동경. 스포츠동아DB



올림픽을 마치고도 둘은 쉴 틈이 없었다. 2012년 런던의 기적을 이끈 홍명보 울산 감독은 “여러분들이 스스로 증명할 곳은 그라운드”라며 축구에 집중할 환경을 제공했고, 이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측면(이동준)과 중앙(이동경)에서 팀 공격을 이끄는 젊은 피의 활약 속에 울산은 K리그1(1부)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고, FA컵에선 4강까지 올라있다.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8강에 안착했다.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득은 ‘영원한 라이벌’ 전북 현대가 더는 두렵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올 시즌 3차례 만나 1승2무로 앞서있다. 처참한 기억이 워낙 많다보니 트라우마를 완전히 씻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막연한 공포는 사라졌다. 축구계에선 울산이 현재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트레블(3관왕)도 가능하다고 본다.


둘은 겸손하면서도 현명한 답을 내놓았다. 이동준은 “우리가 정말 좋은 팀이기에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단, 먼 미래가 아닌 당장의 내일에 전념하겠다. 지금의 흐름도 매 경기에 집중한 결과”라고 말했고, 이동경은 “한 경기씩 잘 치러야 한다. 최근 매 시즌 우승권을 다툰 가운데 성공(2020 ACL 우승)과 실패(리그 연속 준우승)를 맛봤다. 당장은 다음 경기에 모든 걸 쏟을 참이다”고 밝혔다.

울산 이동준.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모든 대회가 소중하지만 특히 간절한 트로피는 K리그1이다. 2005년 우승이 마지막 리그 평정인 울산은 올 시즌 전북의 5연패를 저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16년 만에 K리그 우승 역사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고 입을 모은 둘은 훗날 홀가분하게 유럽무대에 도전하고 싶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포르투갈과 독일 유명 클럽들의 제안을 받았다. 고민 끝에 잔류를 택했으나,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참이다.


“유럽 진출의 꿈을 이루려면 현실에 집중하고 울산에 헌신하며 발전 방안을 찾아야 한다. 늘 목표의식을 갖고 노력하면 도전의 기회도 열릴 것이다. 매 경기 열정을 쏟은 선수가 되면 이뤄질 수 있다.”(이동준)


“현재에 전념해야 한다. 선진축구를 배울 기회와 꿈을 얻기 위해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대급 왼발잡이로 회자될 수 있는 선수로 거듭 발전하겠다.”(이동경)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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