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한국축구도 PGMOL 설립 어떨까?

입력 2021-10-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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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스포츠에서 공정성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정확한 판정과 명확한 규정이 그래서 꼭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축구의 끊이지 않는 이슈는 ‘오심’이다. K리그가 아주 빠르게 비디오판독(VAR) 시스템을 도입했음에도 말썽은 여전하다.


K리그의 심판 업무는 지난해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대한축구협회로 이관됐다. 당시 협회의 명분은 분명했다. ‘심판행정의 일원화’다. 심판 육성, 교육, 승급, 배정, 평가 등 심판 관련 행정 전반을 프로·아마추어의 구분 없이 협회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특별한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전 세계 대부분의 프로리그 심판 업무는 협회가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축구의 심판 행정은 변함없이 실망스럽다. 투명성과 소통을 중심으로 심판 운영을 하겠다고 선언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대표적 사례가 있다. 심판배정 공개시점이다. 2019년까지 심판 행정을 맡은 연맹은 특정 경기의 심판들을 전반전 킥오프 90분 전 공개했다. 심판과 구단이 접촉할 경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반면 협회는 이틀 전 공개했다. “심판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팬 커뮤니티에선 각자 응원하는 팀에 배정된 심판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결국 심판들이 이틀 내내 욕을 먹고도 부족해 경기 당일 거센 야유까지 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여론이 좋지 않자 협회는 2020시즌 중반부터 심판 배정 공개시점을 하루 전으로 바꿨고, 시즌 말부터는 비공개로 전환했다.


여기에 미디어 브리핑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정기적으로 판정을 공유하고, 정심·오심 여부를 사유 설명과 함께 언론에 공개한다고 했으나 논란을 부추긴 장면이 있었다. 결국 야심 차게 시작한 브리핑도 지금은 진행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연맹이 맡은 과거나 협회가 관리하는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심을 최소화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판정을 이끌기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잉글랜드의 PGMOL(Professional Game Match Officiences Limited·프로축구심판기구)이다. 2001년 출범한 이 기구는 프리미어리그(EPL), 풋볼리그(EFL), FA컵의 심판(주심 110명·부심 175명) 운영을 담당한다. 이들의 정기적인(2주 단위) 체력 및 기술훈련과 자기계발, 멘토링을 돕고 영상분석, 실적측정, 평가를 담당한다. 매 경기 데이터를 활용해 심판의 역량이 측정된다.


지원도 대단하다. 일반 클럽처럼 스포츠학자와 심리전문가, 경기분석·운영요원, 물리치료사, 스프린트 코치, 의사 등이 고용돼 있다. 오직 심판의 실력 향상이 목적이다.


물론 큰 문제가 있다. 돈이다. 조직과 지원 규모로 짐작할 때 PGMOL은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EPL과 EFL 사무국,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재정을 지원하며 별도의 스폰서도 있다. 심판의 능력 개선과 독립성 확보에 공감한다면 우리만의 PGMOL 모델을 고민해보고 만들려는 의지도 필요할 듯하다.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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