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에서 불펜으로 변신한 두산 이영하가 17일 잠실 KIA와 더블헤더 제1경기에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이영하는 6, 7회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잠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이날 더블헤더 제1경기는 어찌 보면 두산에는 기회였다. 하위권의 KIA는 모든 경기에 풀 전력을 가동할 이유가 없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을 철저히 배려하며 경기 플랜을 짜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날도 “더블헤더 제1경기의 라인업은 평소와 많이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베일을 벗은 라인업에는 김선빈, 최형우, 프레스턴 터커, 박찬호 등 주전선수들이 대거 빠져있었다. 반면 두산은 지금의 엔트리에서 내세울 수 있는 베스트 멤버를 모두 투입했다.
그러나 경기는 묘하게 흘러갔다. 두산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0-2로 뒤진 3회말 KIA 선발 이민우의 폭투와 보크에 편승해 동점을 만들었지만, 4회초 오정환의 2루타에 2-3으로 다시 리드를 뺏겼다. 이 흐름은 7회초까지 이어졌다. 잠자는 두산 타선은 좀처럼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때 묵묵히 마운드를 지킨 투수가 있었다. 우완 이영하(23)다. 애초 선발진의 퍼즐로 여겨졌지만, 8월까지 선발등판한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ERA) 11.17로 크게 부진했다. 불펜으로 보직을 바꾼 뒤 16경기에선 3승1홀드, ERA 1.31로 순항 중이던 그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역전 기회를 이어가기 위해 혼신을 다해 투구했다. 결과는 2이닝 1볼넷 4삼진 무실점. 6회와 7회를 지워버렸다.
경기 결과는 3-3 무승부. 이영하의 호투가 두산의 패배를 막은 셈이었다. 베스트 라인업을 내지 않은 상대를 이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적잖았지만, 이 경기를 내줬다면 두산은 4연패에 빠지며 더욱 힘겨운 순위싸움을 펼쳐야 할 상황이었다. 이영하가 그 위기에서 팀을 구했다. 보직 변경 이후 이날까지 17경기에서 ERA는 1.19. 잠시 기억에서 지워졌던 이영하가 불펜에서 부활한 것은 두산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일지 모른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