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만의 수도권 직관! “복도 끝 흐릿하게 보인 그라운드 울컥” [잠실 리포트]

입력 2021-10-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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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만에, 수도권 팬들에게 야구가 돌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앗아갔던 직관이 드디어 가능해졌다. 팬들은 함성 대신 박수로 기쁨을 만끽했다. 방역수칙 준수는 이제 습관으로 자리매김한 분위기다.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에서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 19 방역지침 조정안에 따라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2주가 지난 관중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100일 만에 찾아온 수도권 유관중 야구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팀간 14차전은 ‘유관중’ 체제로 진행됐다. 정부가 7월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한 뒤 석 달 간, 야구장에는 빗장이 잠겼다. 이후 지방에 한해 거리두기 단계가 조정되며 직관이 가능했지만 수도권은 요지부동이었다. 정부가 15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발표하며 수도권에도 직관이 가능해졌다.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수도권 실외 경기의 경우 정원의 30%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LG가 잠실에서 홈팬들과 함께한 건 7월 5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106일만이었다. 수도권 유관중 경기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7월 11일 인천 한화-SSG 랜더스전이 마지막이었으니 꼬박 100일만이다.

입장 절차는 한결 복잡해졌다. 이전까진 체온 체크와 콜체크인이 의무였는데, 여기에 백신접종 여부 및 날짜까지 확인해야 했다. 팬들은 1층에서 발열 검사는 물론 백신 접종 후 2주가 지났음을 확인한 뒤 2층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복잡한 절차도 열기를 막지는 못했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팬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잠실구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출근길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모처럼 야구와 마주할 생각에 설렘을 감추지 못했을 터. 실제로 이날 경기는 평일인 데다 날씨까지 쌀쌀해졌음에도 1624명의 관중이 찾아 온기를 더했다.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에서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 19 방역지침 조정안에 따라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2주가 지난 관중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감독·경호팀·응원단·팬 모두 기쁨가득

류지현 LG 감독은 19일 경기 전 “중요한 시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팬들께서 찾아주시게 됐다. 응원의 박수와 기운들이 선수들에게 잘 전달돼 힘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굉장히 반갑다”며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이날은 수도권 경기가 잠실뿐이었지만, 20일 인천 NC 다이노스-SSG 랜더스전 등 전 구장에서 관중 입장이 진행될 예정이다.

응원팀은 달라도 팬들의 마음은 비슷했다. LG 팬 이은정 씨(33)는 “해마다 열 번씩은 야구장에 오는데, 올해 초 개인적인 사정으로 직관을 못했다. 여름쯤부터 상황이 좋아졌는데 직관이 막혔다. 올해 첫 직관이다. 야구장 복도 끝에서 그라운드가 흐릿하게 보이는데 울컥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관중들만 북적인 것이 아니었다. 경호팀도 모처럼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그간 무관중 체제에서는 10명 남짓의 경호 인력만 출근해왔다. 이날은 경호 인력 15명에 진행요원 70명이 투입됐다. 코로나19 시국 이전 정규시즌 때 진행요원은 40명 안팎이었으나, QR코드 체크 및 접종 확인 등 담당 업무가 늘었기 때문이다. 원준현 잠실구장 경호팀장(40)은 “업무는 많아졌지만 직원들이 활기차게 맡은 일을 해주고 있다. 관중들이 없을 땐 연습경기 느낌이었는데 모처럼 야구하는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김정석 키움 응원단장에게도 남다른 하루였다. 김 단장과 치어리더들이 고척돔 아닌 원정구장에서 응원한 것은 지난해 LG와 준플레이오프가 마지막이었다. 1년만의 원정응원. 김 단장은 “육성응원은 어려워도 팬들과 함께한다는 자체가 기쁘다. 선수들에게도 이 기운이 잘 전달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에서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 19 방역지침 조정안에 따라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2주가 지난 관중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방역 준수는 이제 몸에 밴 습관”

그간 관중 입장이 막혔던 것은 결국 코로나19 확산방지 차원이었다. 팬들도 소중한 야구를 다시 잃기 싫은 마음에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다. 이날 관중들은 모두 거리를 철저히 지켰으며 마스크를 벗지 않았고, 함성도 자제했다. 키움 팬 정동하 씨(20)는 “지금 직관을 온다는 것은 백신 2차 접종 후 2주가 지났다는 의미 아닌가. 오히려 다른 식당이나 술집보다 안전한 느낌”이라며 만족했다. 또 다른 키움 팬 김정환 씨(30)는 “지난 주말 대구에 이어 오늘도 직관을 왔다. 오늘은 분위기가 좋다. 대구도, 잠실도 관중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응원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원준현 경호팀장 역시 “이제 방역 준수는 팬들의 몸에 밴 것 같다. 통제하지 않아도 잘 따라주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매일 중계되는 프로야구 특성상 화면에 잡히는 사소한 장면 하나가 큰 의미를 지닌다. 이 때문에 과잉 대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쇼핑몰, 테마파크 등이 별다른 제약 없이 운영되어온 것을 감안하면 야구계의 생존이 달린 비명도 이해가 됐다. 이제 야구가 돌아왔다. 지금처럼 야구팬들이 얼마나 성숙한지를 보여준다면, 야구는 반대로 백신 패스의 증거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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