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마운드에 난세 영웅이! 21세 영건이 완성한 8년만의 최고 순위 [대전 MVP]

입력 2021-10-26 2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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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LG 선발투수 임준형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대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젊은 선수의 활약은 언제나 옳다. 하지만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잡는 기회는 쉽사리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 팀 전체가 슬럼프에 빠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대주’ 임준형(21·LG 트윈스)의 데뷔 첫 승은 팀 8년 만에 최고 성적을 완성했기에 더욱 값졌다.

LG는 2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4-0으로 승리하며 최근 7경기 4무3패의 무승 사슬을 깼다. 이날 승리로 시즌 70승(58패13무) 고지에 오르며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최소 3위를 확보했다. LG가 남은 경기를 전패하고 두산 베어스를 비롯한 하위 팀들이 전승을 거둬도 순위가 바뀌진 않는다. 2013년에 이어 최고성적이다. LG는 2013년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고, 플레이오프에서 이 시즌 우승팀 두산 베어스에 덜미를 잡혀 최종순위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4차례 포스트시즌(2014·2016·2019·2020년)에는 모두 4위로 진출했다.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LG는 앞선 7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것은 물론, 경기 내용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3패 모두 1점차 분패였으며 4무 중 3무가 앞선 경기를 비겼다. 선두권 추격이 충분히 가능했던 상황에서 연이어 무릎을 꿇었으니 팀 분위기가 처지는 것도 당연했다. 류지현 LG 감독도 “사실 분위기를 바꿀 가장 좋은 방법은 승리”라며 전환점을 기대했다. 3년차, 1군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는 유망주에겐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임준형은 무게감을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 1-0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선 1회말, 선두 정은원의 안타와 노수광의 볼넷으로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후속 하주석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했고, 이 과정에서 2루주자 정은원의 오버런으로 더블 아웃에 성공했다. 이후부터는 쾌속질주였다. 3회초 2사 후 정은원과 노수광의 출루로 다시 득점권 위기에 몰렸지만, 후속 하주석을 땅볼 처리하며 불을 껐다. 이후 허용한 출루는 내야안타 1개가 전부. 6이닝 3안타 1볼넷 5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6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이날 포심 최고구속은 144㎞까지 찍혔다. 기본적으로 디셉션이 좋은 좌완 스리쿼터 유형이기 때문에 이 정도 컨디션에 커맨드까지 더해지면 좀처럼 공략하기 쉽지 않다. 투수진 막내급 동생이 호투하자 형들이 응답했다. 정우영~김대유~고우석이 차례로 등판해 각각 1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데뷔 후 가장 호투하며 첫 승까지 신고했으니 인생투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20세 투수의 야구인생은 이제 막 시작단계일 뿐이다. 앞으로 써내려갈 이야기들이 훨씬 더 많다. 잘 큰 유망주 서사의 첫 장, 어려움에 빠진 팀을 구하는 배경이 더해졌으니 효과는 더욱 극적이다. 이제 인생투의 기준을 높일 일만 남았다.

대전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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