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혼돈의 시대, 위대한 경영자에게 길을 묻다

입력 2021-10-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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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왼쪽). 사진제공|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타계 1주기 맞아 펴낸 평전 ‘경제사상가 이건희’

기업인이 아닌 인간 이건희 조명
처음 공개되는 인터뷰 다수 수록
이건희 컬렉션 통한 철학 곱씹어
고인의 어록, 미래 설계 ‘나침반’
“글로벌 코리아는 ‘비포(before) 이건희’와 ‘애프터(after) 이건희’로 나뉜다.”

25일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타계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경제사상가 이건희’는 고인의 1주기를 맞아 고인 가까이에서 일했던 전직 삼성맨 등 다양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중심으로, 고인이 남긴 에세이집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를 부분 발췌해 고인의 사상과 철학을 담고 있다. 이 회장은 기업인이자 시대를 앞서 읽은 예언자였으며,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지혜를 일러준 사상가였다.

이 책의 저자는 허문명 동아일보 기자이다. 지금까지 이 회장을 다룬 책은 많이 있었으나 모두 그의 리더십과 기업경영능력에 국한된 측면이 있었다. 반면 저자는 오랜 기자생활을 통해 얻은 취재력과 경험을 활용해 기업인이 아닌 사상가로서의 ‘인간 이건희’를 본격 조명한다. 전직 삼성맨들의 증언, 고인이 남긴 글과 자료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책을 완성했다.

저자에 의하면 이 회장은 깊고 넓은 통찰과 지식의 소유자였다. 그 영역은 경제경영 전반은 물론 물리학, 수학, 사회학 심지어 아동심리학까지 넘나들었으며 한국과 일본의 문화, 역사에 통달한 인물이었다.

이러한 사상과 철학의 바탕 위에서 이 회장은 새로운 변화에 과감히 맞서 도전했고, 변화의 속도만큼 절박한 태도로 기업을 움직였다. 생전에 이 회장을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그를 단순한 경영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사상가 이건희. 사진풀처|동아일보사



삼성의 성공비결은 ‘이 회장의 집념’
이 회장은 전통적인 제조업이 주류였던 한국의 산업을 디지털 정보산업으로 바꾸었다. 한국의 산업사가 ‘비포 이건희’와 ‘애프터 이건희’로 나뉜 것이다.

책 속에는 처음 공개되는 인터뷰들도 다수 수록됐다. 인형무 변호사의 ‘학교 일진을 때려 눕혔던 건희’, 기보 마사오 등 삼성전자 초기에 영입됐던 일본인 기술인 고문의 장문 인터뷰, 야마자키 가쓰히코 니혼게자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증언 등은 모두 최초로 공개되는 내용이다. 기보 전 고문은 삼성의 가장 큰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 회장의 집념 때문이었다”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미술과 기술이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최근 화제가 됐던 ‘이건희 컬렉션’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사업뿐만 아니라 문화에서도 초일류를 지향했던 고인의 생각과 철학을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 많다.

이 회장은 기업이 단순히 제품만 파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팔아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리고 이런 관심과 노력은 빠르게 실천으로 옮겨졌다.

이 책이 단지 한 위대한 기업인에 대한 업적 찬양이나 위인전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는 한치 앞이 보이지 않던 시기에 끊임없이 위기를 경고하고 변화와 혁신을 역설했던 고인의 삶과 생각이 독자들에게 힘과 에너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1993년 신경영 현장에서 변화를 진두지휘했던 고인의 말들은 ‘어록’으로 남아 미래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유용한 실천적 지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앞날을 설계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나침반이 되기에 충분하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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