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미지명→ML 도전→육군’ 김재윤, 믿고 보는 수호신의 탄생 비화 [KS 리포트]

입력 2021-11-18 16:0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T 김재윤. 스포츠동아DB

김재윤(31)은 올해 한국시리즈(KS·7전4승제)에서 KT 위즈의 순항을 이끄는 주역 중 한 명이다. 1~3차전에 모두 등판해 2세이브를 따내며 팀의 확실한 수호신임을 입증했다. 데뷔 첫 KS를 치르는 압박감을 이겨낸 것도 대단한데, 최상의 결과까지 이끌어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무엇보다 KT의 1군 진입 첫해인 2015년부터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멤버이기에 지금의 시간이 행복하기만 하다.


김재윤은 KT에 입단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휘문고에 재학 중이던 2008년 에드먼튼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선발됐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포수였다. 하지만 2009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하는 시련을 겪었다. 이후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하며 새로운 도전을 꿈꿨으나, 마이너리그만 전전하다 2012년 귀국했다. 더 이상 허송세월할 수 없어 병역부터 해결했다. 그마저도 국군체육부대(상무) 등이 아닌 육군 1군사령부 의장대, 현역이었다.


이 기간 김재윤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야구를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기술훈련에 한계가 있었지만, 개인정비시간을 활용해 꾸준히 캐치볼과 스윙, 러닝을 했다. 노력을 기울인 결과는 달콤했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의 특별지명을 받았다. 지명 당시 포지션은 투수가 아닌 포수였다. 투수 수업은 2015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어깨가 워낙 강했던 터라 고교 시절에도 투수로 전향하라는 권유를 수차례 받았다. 큰 거부감 없이 새 도전을 받아들인 이유다.

스포츠동아DB



기적은 여기서 시작됐다. 시속 150㎞대의 직구는 스피드와 무브먼트 모두 훌륭했기에 메커니즘을 가다듬는 작업이 필요했다. 다행히 김재윤은 모든 것을 빠르게 받아들였고, 이듬해(2016년) 두 자릿수 세이브(14세이브)를 올리며 팀의 마무리투수 역할에도 익숙해졌다. “입단 첫해에는 몸을 만드는 데만 전념하려 했다”던 김재윤의 놀라운 반전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에 오히려 빨리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조범현 당시 KT 감독과 정명원 투수코치도 열정적인 김재윤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인고의 세월을 거쳐 이제는 KT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 도약했다. 지난해 팀의 첫 PS 진출과 20세이브의 이정표를 세운 데 이어 올해는 30세이브(32세이브)와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더 큰 성과를 거뒀다. 입단 첫해 빠른 공이 강점이었던 포수 출신 마무리투수가 완성도 높은 변화구(슬라이더·스플리터)까지 장착한, 팀의 우승을 이끄는 수호신이 됐다. 2016시즌 내내 숙원사업으로 꼽았던 스플리터 장착도 결국 해냈다. 조범현, 김진욱, 지금의 이강철 감독까지 3명의 사령탑을 거치면서 한층 더 단단해졌다. 이 감독의 한마디는 김재윤의 입지를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김재윤은) 정말 많이 달라졌고, 잘해주고 있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편하게 경기를 본다. 올 시즌을 마치면 확실한 마무리투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