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에 울었던 박경수, 야구인생 19년차에 찾아온 해뜰 날 [KS MVP스토리]

입력 2021-11-18 22: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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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고척스카돔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T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중립 경기가 열렸다. 전날 경기에서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당한 KT 박경수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KT 위즈 박경수(37)의 야구인생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신인 1차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2003시즌, 계약금만 4억3000만 원을 받은 대형 유격수 유망주였다. 그러나 LG에 몸담았던 2014년까지 단 한 번도 가을무대를 밟지 못했다.

LG가 2002년 이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한 2013년에는 국방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2014년에는 정규시즌의 부진(87경기·타율 0.228·2홈런·19타점)으로 PS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LG 시절 통산 성적도 타율 0.241, 43홈런, 246타점으로 입단 당시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게 그는 2015년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KT의 일원으로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그에게 KT가 손을 내밀었다. KT는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줄 검증된 베테랑이 필요했다. 박경수는 성적과 별개로 후배들에게 신망이 두터웠다. 그 가치를 KT는 알아봤다.

박경수는 2015년 타율 0.284, 22홈런, 73타점, 출루율 0.399의 커리어하이를 찍었고, 2016년에는 3할 타율(0.313)에 20홈런, 80타점, 출루율 0.412로 펄펄 날았다. 나이가 들었지만 안정된 수비는 그대로였고, 공격력은 오히려 폭발했다.

개인 성적은 향상했지만, 그토록 꿈꿨던 가을야구는 데뷔 18년째인 지난해 처음 경험했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직행했지만, 두산 베어스를 만나 1승3패로 돌아섰다. 알을 깨는 아픔이었다. 그 경험은 박경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KT는 2021시즌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을 가리는 10월 31일 삼성 라이온즈와 타이브레이커에서 1-0으로 이겨 한국시리즈(KS·7전4승제)에 직행했다. 박경수는 9회말 구자욱의 안타성 타구를 멋진 다이빙캐치로 건져내며 정규시즌 우승에 직접 기여했다.

데뷔 19년째에 경험한, 두산과 생애 첫 KS 무대. 박경수는 늘 그랬듯, 베테랑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는 경기의 흐름을 KT 쪽으로 돌렸다. 15일 2차전 1회초 무사 1·2루 위기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강한 땅볼 타구를 병살타로 연결했다. 두산의 상승기류를 차단한 이번 KS의 하이라이트 필름이었다. 17일 3차전에선 5회초 결승 솔로홈런까지 쳐냈다.

또 아픔이 찾아왔다. 3차전 8회말 무사 1루서 안재석의 뜬공을 처리하다 종아리를 다쳤다. 4차전 출전이 불발됐다. 그는 목발을 짚고 고척돔에 나타났다. 어떻게든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겠다는 베테랑의 의지가 투영됐다.

4차전에서 두산을 8-4로 꺾고 KT의 창단 첫 통합우승이 확정된 18일, 박경수는 1~3차전처럼 마음껏 뛰지 못했다. 그러나 시리즈의 향방을 가른 맹활약의 흔적은 그라운드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KS 성적은 8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이었지만, 기자단 투표에서 90표 중 67표를 휩쓸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자격은 충분했다. 박경수는 MVP로 선정된 직후에도 “내가 잘해서 상을 받은 게 아니다. MVP는 팬 여러분과 팀 KT”라고 자신을 낮췄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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