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선수 확대 & 추춘제 전환…아시아, 이젠 중동 시대로 [남장현의 피버피치]

입력 2021-12-0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시아축구에 엄청난 변화가 예고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등 클럽 대항전 출전팀들의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를 늘리고, 대회 시기도 ‘가을~이듬해 봄’에 진행하는 추춘제로 전환하는 내용이 지난달 21일 AFC 집행위원회에서 나왔다. 최종 결정이 아닌, 향후 논의를 이어간다는 표현을 썼지만 결국 그들의 의지대로 관철될 공산이 크다.

현행 외국인선수 운영 규정은 2009년 도입된 ‘3+1’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3명의 외국인선수에다 AFC 회원국 국적 선수 1명을 보유할 수 있다. 이 범위가 크게 확대될 조짐이다. AFC 기술위원회와 경기위원회는 ‘4+2’와 ‘5+1’, ‘5+2’를 집행위에 제안했다. 2022년 최종 의결 과정을 거쳐 2023년 실행을 목표로 한다.

클럽 대항전 캘린더의 전환도 흥미롭다. ACL 원년 대회는 2002년 8월 개막해 이듬해 5월 마칠 계획이었으나, 당시 세계를 강타한 전염병 ‘사스’로 인해 2003년 10월 종료됐다. 결국 모든 대회가 미뤄지게 됐고, 2004년을 기점으로 지금의 ‘춘추제’로 변경됐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2가지 개혁안 모두 중동국가들이 줄기차게 요청해온 것이라는 점이다. 내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개최할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2021시즌 ACL을 제패한 알 힐랄이 속한 사우디아라비아 등 서아시아 주요 회원국들은 자국 리그를 혹독한 더위를 피해 추춘제로 진행 중이다. 중동국가들은 K리그와 일본 J리그, 중국 슈퍼리그의 춘추제처럼 ACL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 그동안 반발이 심했다.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은 “국제무대에서 아시아 선수와 클럽, 대표팀을 발전시키는 전략”이라고 포장했으나, 결국 자본의 논리다. 최근 축구시장에 가장 많은 돈을 쏟아 부었던 중국이 몰락해 동아시아의 입김이 약화되면서 서아시아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우디를 주목해야 한다. 일각에선 “지금까지는 카타르 자본의 영향이 컸다면 향후 10여년은 사우디 머니가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사우디 자본은 유소년, 여자, 유럽축구까지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이상으로 아낌없이 돈을 쓰는 물주를 AFC로서도 외면하기 어렵다. 많은 돈을 쓰지 않고 꾸역꾸역 상금을 챙긴 ‘상금 헌터’ K리그를 향한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점점 위축되는 환경에서도 자존심과 의지로 영향력을 잃지 않았던 한국축구에 불리하고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