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구성원들이 귀 기울여야 할 ‘양심의 소리’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1-12-20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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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OVO

18일 화성에서 벌어진 IBK기업은행-흥국생명의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가 많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최근 V리그의 이슈메이커인 IBK기업은행이 항명파동을 수습하려고 선택한 김호철 감독이 여자배구 데뷔전을 치른 날이었지만, 화제는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의 어필이었다.


3세트 19-17로 앞선 상황에서 흥국생명 김채연과 IBK기업은행 김하경의 네트 위 플레이가 발단이었다. 한국배구연맹(KOVO) 김태종 경기운영위원은 김채연의 터치아웃 판정을 내렸는데, 박 감독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까지는 어느 경기에서나 나오는 흔한 장면이었다. 논란은 그 다음부터였다.

사진제공 | KOVO


박 감독이 경기위원석 책상을 걷어찬 것처럼 보인 행동이다. 박 감독은 2년 전에도 어필 도중 전문위원의 노트북을 건드린 적이 있다. 그날 경기 지연으로 옐로카드를 받았던 박 감독은 “책상이 아니고 바닥에 물병이 있었다. 그 행동은 잘못됐다. 퇴장도 각오했지만 단순히 그 판정을 놓고 그런 것은 아니다. 모두가 몰입하는 상황이었고, 우리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감독인 내가 비난을 받더라도 어필할 때라고 봤다”고 밝혔다. 결국은 내부결속을 위해, 또 그동안의 불만을 농축한 메시지 전달 방식이었다. 박 감독은 14일 현대건설과 홈경기 때 1세트 오버네트 판정을 놓고도 강력히 항의하다가 경고를 받았다.


요즘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감독들은 예민해지고, 판정 불만은 누적되고 있다. 심판이 잘 봤던 판정은 모두가 쉽게 잊어버리지만, 억울하다고 생각되는 판정은 계속 당사자의 가슴 속에 쌓이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심판은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요한 동업자정신이고 판정을 향한 존중이지만, 잘 지켜지진 않는다.

사진제공 | KOVO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은 어필 도중 들렸던 대화의 수준과 내용이다.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주고받는 말은 품격이 있어야 한다. TV를 통해 많은 시청자가 지켜보고 현장에는 관중도 있다. 그래서 더욱 프로페셔널하게 행동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V리그는 함께 운동했던 선후배 사이라는 생각이 먼저인 것처럼 대화가 흘러간다. 그러다보니 “어디서 반말이야”라는 외침까지 나왔다.


KOVO도 이 부분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벌금 또는 출전정지 같은 징계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경기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리그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자제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지금 V리그는 부정적 이미지를 자주 노출하고 있다. 학교폭력, 데이트폭력, 항명, 태업, 폭언과 모욕이 V리그를 연상시키는 단어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헛고생이 되고, V리그는 다시 궁핍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다.

스포츠동아DB


언제든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심판의 존재 이유다. 모두가 그들의 헌신과 노력을 이해해주진 않겠지만, 심판은 V리그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다. 함께 하는 사람들부터 판정을 의심하거나 존중해주지 않으면 팬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심판은 누구로부터도 사랑받을 수는 없다. 숙명이다. 그래서 더욱 심판의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권위를 높이고자 노력해야 한다. 복잡한 뒷일을 생각해 룰대로 해야 할 일을 적당히 넘기거나, 불이익을 생각하고 외면하면 심판의 양심이 먼저 안다. 이번 기회에 V리그 구성원들 모두가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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