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발표를 앞두고 일각에선 정 회장이 HDC그룹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정 회장은 일단 지주사인 HDC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며 HDC현산 회장직에서만 퇴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광주지역 3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학동참사 시민대책위는 정 회장 기자회견 직후 “정 회장은 경영 일선 ‘퇴진쇼’까지 벌이고 있다”며 “최대 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할 정 회장의 사퇴는 면피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연이은 두 번의 대형사고로 인해 향후 HDC현산의 수주 경쟁력 하락은 물론 기존 시공을 맡은 현장에서도 ‘브랜드 교체’ 움직임이 일어나는 등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정 회장 퇴진 발표에 앞서 경기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 경쟁에 나선 HDC현산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며 “보증금을 돌려줄 테니 떠나달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또 이미 HDC현산이 수주한 서울 강남구 개포1동 주공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부실공사 이미지가 생긴 ‘아이파크’ 브랜드를 빼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비난 여론을 잠재우고, HDC현산이 추락한 위상을 다시 회복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 회장이 “고객과 국민들의 신뢰가 없으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금 고객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수립해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편 HDC현산은 17일 주식시장에서 전 거래일(14일) 종가 1만8900원보다 0.79%(150원) 떨어진 1만8750원에 마감했다. HDC현산의 주가는 사고 소식이 반영된 12일, 전날(2만5750원)보다 19.03%(4900원) 폭락한 데 이어 13일과 14일에도 각각 1.20%(250원), 8.25%(1700원) 떨어지며 곤두박질을 쳤지만 정 회장의 사퇴 소식이 알려진 17일에는 보합세를 유지했다. KOSPI 2900선이 깨지는 등 전체적인 하락장에서도 보합세를 유지한 것은 시장이 정 회장 발표의 진정성에 어느 정도 화답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