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하나만 보는 불펜포수, ‘심부름꾼’이 아닙니다” [음지의 KBO리거들①]

입력 2022-01-2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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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5명. 2020년까지 프리에이전트(FA)로 100억 원 이상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의 수다. 2021년 겨울 시작된 스토브리그에서만 5명이 추가됐다. 물론 좋은 선수들이 그만큼 쏟아진 여파였지만, 겉으로 보이는 KBO리그의 시장 규모는 훌쩍 커졌다.

빛은 언제나 그림자와 함께 한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최근까지 10개 구단 합쳐 100명 이상의 선수들이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진은 일각에선 기피현상까지 일어나며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 또 불펜포수 등 현장 스태프는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으로 여전히 야구장에 머물고 있다. 스포츠동아는 그 음지를 들여다봤다<편집자 주>.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존재는 결국 선수다. 하지만 선수로만 KBO리그가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감독, 코치, 프런트는 물론 팬들도 주인공이다. 이 스포트라이트는 음지에서 고생하는 이들에게는 비춰지지 않는다. 불펜포수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선수나 코칭스태프, 프런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라고 표현한다.

지방구단 불펜포수 A. 그는 10년 가까이 업계에 종사했다. 막내 시절 ‘초봉’은 1500만 원 수준이었다. 선수단보다 먼저 출근해 훈련을 준비하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정리를 도맡기 때문에 실제 근무시간은 하루의 절반 이상이다. “‘시급’을 따진다면 이야기를 꺼내기 창피한 수준이었다”고 회상한다. 지금은 그 때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막내들의 ‘최저 연봉’도 나아졌다. 물론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은 여전하다. 언제까지나 계약직 신분이며, 정규직 전환 사례도 최근에는 아예 사라지다시피 한 상태다.

아르바이트만 해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음에도 고된 길을 택하는 것은 결국 야구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야구장에 있고, 선수들이 활약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돈이 아닌 ‘인간적 존중’을 바란다. 수도권구단 불펜포수 B는 “내가 제일 즐겁고 잘하는 일이기 때문에 여전히 이 직업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돈을 떠나 너무 냉정하게 대하는 시선이 느껴질 때가 가끔 있다”고 말했다.

A는 수년 전 당했던 모욕을 여전히 기억한다. 한 선수가 ‘따까리’라는 멸칭을 써가며 본인을 불렀다고. 면전에서 “너희는 우리 공이나 받아주고, 심부름이나 하면 된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개인 인성의 문제다. 음지에서 고생하는 불펜포수들에게 장비나 식사를 챙겨주는 좋은 선배들도 구단마다 꼭 있다. 다만 저런 이야기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전해 듣는다면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다. 야구단에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라는 사실. 이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이들의 처우개선 시작점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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