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에게 더 많은 힘과 책임을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2-01-27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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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V리그 감독들이 배구 팬에게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는 커뮤니티를 가보면 안다. 욕을 먹는 것이 숙명이다. 훈수꾼들이야 팀의 속사정을 모른 채 떠드는 것이지만 감독을 비난하는 수준이 고급스럽지는 않다. 근거 없는 내용이고 저급한 인신공격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말에 책임질 필요가 없는 팬들이야 그렇다고 치지만 V리그의 시선도 아쉽다. 23일 광주에서 열린 올스타전이 끝난 뒤에도 그런 지적이 나왔다. 화려한 이벤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한국배구연맹(KOVO)의 많은 구성원들이 아이디어를 짜내고 노심초사한 결과는 좋았다. 물론 모두를 만족시키진 못했다. 이 가운데 뼈아프게 새겨야 할 대목이 있다. 40명의 올스타 출전멤버를 소개하면서 감독은 소개조차 안했다는 점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모두가 놓치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이었다.


V리그의 감독들은 요즘 불만이 많다. 리그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선수들을 관리하고 경기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독의 역할이 중요한데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몇몇 구단은 “감독보다는 선수가 팀의 운명을 결정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선수들에게는 간이라도 빼줄 듯 다 해주지만 감독들은 소홀하게 대한다. 물론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V리그 초창기 한 구단은 경기에 진 다음 날이면 감독을 호출해 보고서를 쓰게 했다. 다음 경기 준비에 바쁜 감독에게 서류작업을 시켜봐야 답은 뻔했지만 그렇게 했다.


감독은 팀의 귀중한 자산인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중간관리자다. 이들이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역할에 합당한 힘과 책임을 줘야 한다. 그런데 많은 구단들은 감독에게 힘은 주지 않고 결과에 따른 책임만 요구한다. 간혹 좋은 결과가 나와도 인정하지 않고 생색은 구단이 내려했다. 과정은 무시한 채 성적으로 감독의 능력을 평가하고 여차하면 아르바이트생처럼 내치는 구단도 많았다. 갈수록 귀해서 몸값이 올라가는 선수들과 달리 감독들은 언제 어디서건 쉽게 데려오는 환경이 이렇게 만들었다.

사진제공 | KOVO



선수들에게 이적의 자유가 없던 과거의 V리그가 아니다. 점점 선수들은 많은 자유를 얻고 있다. 자유사업자인 선수는 그 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선수는 귀하고 몸값마저 오르다보니 이들을 붙잡는 것이 구단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갑의 위치가 된 선수들은 감독의 힘든 훈련지시나 엄격한 통제를 거부하고 당장 편한 것을 찾는다. 이런 가운데 구단과 KOVO마저 선수들의 편에 서려고 하면 현장 책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요즘 감독들이 “선수들 눈치 보기 바쁘다”고 하소연 하는 이유다.

구단이 감독을 하대할 경우 생기는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팀이 최근 나왔다. 창단 이후 탄탄한 길을 걷던 팀이 어느 때부터인가 난파선이 됐다. 누군가가 감독의 힘을 빼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눈치가 빠른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감독이 선수들 통제할 방법이 없고 힘마저 떨어지면 끝은 뻔하다. 구단주도 나서서 해결하지 못할 그 팀의 혼란상황을 재빠르게 정리해준 사람도 결국 새로 선택한 감독이었다.


V리그가 발전하고 싶다면 지금보다 더 감독을 존중해야 한다. 감독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풀어줄 방법은 많다. 경기 출전 엔트리를 줄여 감독에게 선수선발 권리를 주는 것도, 연봉협상의 전권을 안겨서 선수들이 감독의 말을 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견제와 균형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든다. 지금은 탄탄한 팬덤의 지지까지 받는 선수의 권력이 너무 커졌다. 구단도 이를 잘 안다. 한 쪽의 힘이 일방적으로 커지면 사고는 필연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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