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축구를 반드시 꺾어야하는 이유 [스토리사커]

입력 2022-02-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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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처음 이란에 출장 갔던 2000년 여름, 가는 곳마다 이해 못할 상황들이 연출됐다. 공항이나 숙소, 경기장 등에서 만난 이란 사람들은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소개하면 어김없이 손가락으로 ‘6’과 ‘2’를 표시하며 비웃는 듯했다. 처음엔 무슨 내용인지 몰라 당황했다. 한참 뒤에야 그 의미를 알았다. 1996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전 얘기였다. 당시 한국은 이란에 2-6으로 대패하며 충격에 빠졌다. 이란 사람들은 그 결과를 손가락으로 확인시키며 우쭐해했던 것이다. 1958년 도쿄아시안게임에서 5-0으로 이긴 것으로 반박하고 싶었지만 너무 먼 얘기였다.

‘두바이 쇼크’는 당시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축구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이전까지 한국과 이란은 5승3무5패로 호각세였다. 하지만 대참사 이후 흐름은 이란 쪽으로 기울었다.

특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매번 괴롭혔다. 2010 남아공 대회 최종예선에서 2차례 모두 비긴데 이어 2014 브라질 대회에선 한국이 2패를 당했다. 홈과 원정에서 단 한골도 넣지 못한 채 연거푸 졌다. 게다가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이 최강희 한국 감독에게 주먹 감자를 날리는 등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2018 러시아 대회에서도 원정(0-1 패)에 이어 홈(0-0 무)에서도 무득점으로 1무1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지만 이란과 상대전적에서 9승10무13패로 열세다. 2011년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전 승리(1-0) 이후 11년째 이기지 못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이란(21위)이 33위의 한국보다 앞선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이란과 한조에 속하자 이번에는 반드시 잡겠다며 단단히 별렀다. 지난해 10월 열린 4차전 원정경기 장소는 테헤란의 아자디스타디움이었다. ‘원정팀의 무덤’이라는 그곳에서 한국은 1974년 이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1-1로 비겼다. 이란 원정 전적은 3무5패다.

한국은 A조 8차전에서 시리아를 물리치고 10회 연속 본선행을 확정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란과 홈경기(3월24일), UAE와 원정경기(3월29일)가 남았다. 조 2위 한국은 1위 이란(승점 22)에 2점 뒤져 있다. 이란을 꺾는다면 단박에 역전이 가능하다. 본선 진출과는 별개로 11년간 승리를 맛보지 못한 이란전 승리는 이번 최종예선의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월드컵 본선 조편성에도 도움이 된다. 러시아 대회부터 조추첨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근거로 진행한다. 4월1일 조추첨이 열리기 전까지 점수가 높은 월드컵 예선 승리를 통해 최대한 랭킹을 끌어올려야하는 이유다. 벤투 감독은 카타르행을 확정한 뒤 “(3월) 2경기가 남았다. 승점 6을 딸 수 있는 기회고, 조 1위에 오를 수 있다. 좋은 도전 과제가 됐다”며 각오를 밝혔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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