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충분히 아름다웠다” 서울솔로이스츠챔버오케스트라 창단연주회 [공연리뷰]

입력 2022-02-06 16: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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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서울솔로이스츠챔버오케스트라

첼리스트 허정인 음악감독을 중심으로 뭉친 젊은 악단
2월 4일, 객원지휘자 이규서와 함께 창단연주회 열어
“늘 앞(先)에서 재미있고 감동이 있는 음악을 들려주기를”
젊고, 충분히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첼리스트 허정인 음악감독이 이끄는 서울솔로이스츠챔버오케스트라(악장 전재성)가 세상을 향한 ‘고고성(呱呱聲)’을 연주했다. 2월 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이 이 젊고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의 탄생지이다.

18명의 단원들은 이날 객원지휘자 이규서의 지휘봉을 좇아 하이든과 모차르트를 들려주었다. 1부는 허정인과 서울솔로이스츠챔버오케스트라가 하이든의 디베르티멘토 D장조(편곡 피아티고르스키)와 첼로협주곡 2번을 연주. 2부에서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29번을 연주했다.

세 개 악장으로 짜인 디베르티멘토로 손을 푼 허정인과 악단은 하이든 첼로협주곡에서부터 슬슬 ‘자신들의 소리’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첼로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음색을 몹시 거칠고 투박하게 구분해보자면 대개 둘 중 하나다. 노래하는 악기다운 우아함, 혹은 이성의 눈빛이 서늘한 얼음장 같은 소리. 여기에 연주자의 개성이 담긴 ‘향기’가 적절히 더해지게 되면 비로소 현의 팔레트 위에서 음색이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허정인의 첼로가 자아내는 소리는 많이 독특하다. 첼로 특유의 흙냄새가 줄어든 대신 미묘한 향이 현에서 풍겨 나오는데, 분명 커피의 짙은 향은 아니다. 귀 끝에서 녹차라떼같은 쌉쌀한 맛이 한바탕 감돌고 나면 은은하고 담백한 향이 그제서야 뒤늦게, 하지만 확실하게 올라온다.

처음부터 ‘확’ 끌어당기지는 않지만 듣고 있으면 자꾸만 듣고 싶어지는 소리. 곡이 끝날 즈음이 되면 “좀 더 해줄 수 없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연주. 허정인의 테크닉이 현 위에 불꽃을 일으킨 3악장의 첼로 독주는 이날 1부의 정점이었다.

서울솔로이스츠챔버오케스트라는 왜 하이든과 모차르트를 ‘창단식’의 프로그램으로 선택했을까. 고전파의 큰 형님들인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과연 이 ‘젊은 악단’의 첫 소개서로 적합했을까.
이런 의문은 이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하이든과 모차르트라는 가장 친숙하고 익숙한 작곡가를 통해 ‘재미있는 음악을 재미있게 연주해보자’라는 서울솔로이스츠챔버오케스트라의 속이 읽혀졌다고나 할지.
특히 모차르트 교향곡 29번은 모차르트가 10대 시절에 작곡한 초기작 중의 걸작이다. 젊은 악단의 첫 출발을 위한 곡으로 꽤 어울리는 선택이 아닌가. 이 곡은 서울솔로이스츠챔버오케스트라가 관객에게 첫 선을 보이는 곡이자, 악단 스스로를 위한 응원가이기도 할 것이다.

지휘자가 잡은 다소 빠른 템포에 단원들은 기민하게 반응했고, 챔버오케스트라임에도 자못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호른과 오보에의 관악파트도 현악기의 물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젊고 싱싱하면서도 상큼한 연주.

이규서와 서울솔로이스츠챔버오케스트라는 이날 두 곡의 앙코르곡을 연주했다. 첫 번째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동생 요제프 슈트라우스가 공동으로 작곡했다는 ‘피치카토 폴카’. 오로지 손가락으로 현을 튕기는 피치카토 주법으로만 연주하는 흥겹고 따뜻한 곡이다.
이들은 마지막 앙코르곡 ‘그리운 금강산’을 연주하며 관객과 작별했다.

이 멋진 악단의 연주를 앞으로 자주 들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아참, 이날 창단연주회의 주제는 ‘선(先)’이었다. 늘 앞에 서서 재미있고 감동이 있는 음악을 들려주기를, 앞줄에서 큰 박수로 응원하며 기대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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